나의 인생 동반자, 독서모임 이야기
나의 독서모임
나는 현재 세 개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독서모임 하나도 벅찬데, 세 개나 한다고?”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항상 놀라움이다. 하지만 나에게 독서모임은 에너지원이자 삶의 지혜를 배우는 소중한 창구다. 그래서 이 정도는 내게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조이북, 나의 첫 독서모임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9년 전 대학 친구 덕분이었다. 그녀는 초등학교 동창 네 명과 독서모임 조이북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려 나를 초대했다. 처음엔 동창 모임 특유의 사적인 대화와 학창 시절 추억 이야기에 소외감을 느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옛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개밥의 도토리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책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좋아 매번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혼자 책을 읽으면 그 감동은 오래가지 않고 느낌도 일차원적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면, 책은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색깔로 새롭게 태어난다. 서로의 생각을 비교하며 토론하는 과정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이 모임 덕분에 독서에 대한 열정이 더욱 깊어졌고, 토론을 위해 참고 서적까지 찾아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독서는 물론 삶에 대한 시각도 점점 넓어졌다.
독서의 짜릿함과 삶의 확장
특히 내 의견과 다른 시각을 접하며 뜨겁게 토론할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끔 감정이 격해지거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깊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시간이 지나며 멤버들과 친구가 되어 공감하는 이야기가 늘어나 사적인 수다도 즐겁게 나누게 됐다. 이제는 책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나누는 수다를 더 즐기게 되었다.
조이북의 책 선정 방식도 독특하다. 시즌별로 주제를 정하고, 각 멤버가 돌아가며 그달의 호스트가 되고 그 달의 책을 선정한다. 러시아 문학, 건축, 미술, 역사, 한국 소설, 노벨문학상 수상작, 철학, 여성 등 다채로운 분야의 책을 함께 읽었다. 한 분야의 책을 여섯 권쯤 읽다 보면 그 주제에 대한 개념이 잡히고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해진다.
부산에 사는 멤버는 나를 포함해 두 명. 나머지는 양산, 울산, 포항 등지에서 먼 길을 달려온다.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 음악, 무용, 전시 등 다양한 예술 활동도 함께 즐긴다. 이 모임은 단순한 독서모임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소울그룹이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친구는 서로 위로하고, 기쁜 일이 있으면 진심으로 같이 축하해 준다.
지난달의 책과 토론 이야기
우리가 지난달 함께 읽은 책은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였다. 볼셰비키 혁명 후 호텔에 갇힌 백작이 품위를 잃지 않고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다. 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호리호리한 여인’이 누구인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그의 비밀 연인 안나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친구 미시카의 부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와인 라벨이 다 벗겨진 세상을 상상하며 “나도 그런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백작의 말에 공감하며 이야기는 깊어졌다.
우리의 독서토론은 한 번 시작하면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점심을 건너뛸 때도 많다.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시간이니 어쩔 수 없다. 지난 10년간 함께해 온 이 모임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책으로 이어진 인생의 동반자들
지금까지 함께 읽고 토론한 책은 100권이 넘는다. 혼자 읽은 책은 기억에서 흐릿해지지만, 함께 나눈 책들은 여전히 선명하다. 매번의 만남은 내 마음속에 천연의 색감처럼 남아 있다.
책을 매게로 인생을 나누는 친구들. 이 모임 덕분에 나는 깊어지고 넓어졌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하며 중년의 고비도 함께 넘어가고 있다.
조이북 멤버들과 함께 나누는 독서와 삶. 그들은 내 인생의 동반자이며, 나는 이들과 함께해서 정말 행복하다.
독서모임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삶의 깊이를 더해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함께 성장했다. 이 모임이 없었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지혜와 감정들이 내 안에 쌓였다. 책과 사람, 두 가지의 선물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이 소중한 인연들로 인해 더 넓고 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