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장승재, 장승재 작가, 장승재 강사
아내는 베란다에 화분을 보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식물 키우기가 취미로 화분과 꽃을 꽃집이나 시장에서 사온다.
그런데 애호와 달리 꽃은 지나친 관심 탓인지 이유 불명으로 맥없이 쓰려졌다.
옆에서 바라본 나도 그녀가 기운이 없을 때에는 도통 안쓰러웠다.
결혼 기간에 길고 긴 2년이 지나고 드디어 그녀의 인내에 화답한 꽃이 만개하였다.
제주도에서 보던 동백꽃이었다.
우리 집에 귀한 꽃이 베란다에서 피다니...
신기해서 보고
화사해서 보고
희망을 줘서 보고
우리의 보금자리에 와줘서 커다란 고마움을 표했다.
내가 꽃에 덧정이 생긴 이유는 꽃을 좋아하는 아내의 지분이 크다.
그러면서 무관심했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식물과 동물, 나무, 곤충까지 으레 내 옆에 있어야만 하는 당연한 존재라고만 알았다.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상대의 무엇인가에 의해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다.
강렬한 촉각에 반응하는데 익숙함에서 벗어나 은은하지만 한결같은 묵묵함에 설레였다.
무척 소중한 순간이고 잠든 나를 무던히 깨워주었다.
앞으로도 내 마음속에 들어와 가득 채우고 언제나 시들지 않는 꽃으로 남아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