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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지 Oct 26. 2019

라비니아 폰타나

ㅡ 남편은 가사, 아내는 전문화가, 뒤바뀐 500여 년 전의 성 역할

■다음 글은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의 폰타나 서술 부분 중 일부내용입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고차디니 가족의  비밀 ㅡ 그림 속 숨은 그림 찾기



이 작품은 라비니아 폰타나의 대표작이다. 평범한 르네상스 귀족 가문의 가족 초상화로 보이지만, 그림 속에는 아주 흥미롭고 은밀한 가족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폰타나는 볼로냐에서 이름을 날린 초상화가로서 많은 귀족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이 초상화의 의뢰인인 고차다니 집안의 라우도미아와는 사적인 친분이 있었고, 그녀는 폰타나에게 자신의 분통 터지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과연 고차디니 가족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폰타나,  <고차디니 가족의 초상화>, 1584, 피나코테카 나지오날레, 볼로냐


<고차디니 가족 초상화>의  기네브라의 펜던트

  

그림을 주문한 라우도미아와 그녀의 여동생 기네브라가 맨 앞줄에 앉아 있고, 뒤에는 그녀들의 아버지 울리쎄가 있으며, 남편 카밀로와 동생의 남편 안니발레가 서 있다. 두 자매는 결혼 예복으로 성장하고 있다. 여인들의 보석과 화려한 옷은 부유한 집안임을 보여준다. 라우도미아가 만지고 있는 개는 배우자에 대한 정절을, 카밀로가 왼손을 기대고 있는 칼은 기사 신분임을, 안니발레가 들고 있는 문서는 그들의 풍족한 재정상태를 상징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먼저 낳는 딸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기로 했는데, 동생 기네브라는 이때 세 명의 아이를 두고 있었고 언니 라우도미아는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막대한 재산은 모두 동생 부부에게 상속되었다. 그런데 폰타나와 친한 사이였던 라우도미아는 그녀에게 결혼 생활과 재산 상속에 얽힌 가정 문제를 이야기하며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폰타나는 라우도미아에게 자식이 없는 이유를 그림 속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교묘하게 숨겨놓았다. 기네브라의 펜던트에는 알몸의 남성의 발기된 음경이 그려졌고, 라우도미아의 목에 걸린 펜던트에는 위축된 남성의 몸이 그려져 있다. 이는 라우도미아가 자녀를 낳지 못해 유산 상속을 받지 못한 것은 그녀 탓이 아니라 남편 때문이라는 것을 관람자에게 은밀하게 귀띔 해주는 것이다. 화가와 그림을 의뢰한 여성 고객 사이의 은밀한 교감이 만들어낸 재미있는 비밀을 찾아낸 관람자는 어떤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폰타나는 단지 딱딱하고 형식적인 귀족 초상화를 그린 화가가 아니라, 위트와 풍자 정신을 가진  재미있는 여성이었던 것 같다. 라우도미아는 비록 재산을 물려받지는 못했지만, 이 그림을 통해 십 년 묵은 체증을 해소했으리라. 한편, 기네브라와 울리세는 그림이 그려지는 도중 사망했으니, 인생에 있어 과연 누가 승리자이고 누가 패배자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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