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해 본다.
세상을 볼 수 없다면?
볼 수 있지만 무채색이라면?
밋밋하고 건조하다. 우울하다.
매운 라면인지 싱거운 라면인지 구분이 안된다.
아름답다. 예쁘다는 단어도 세상에서 없어진다.
여자들은 화장을 할 필요가 없어서 편해질지도 모르겠다.
모양만 다른 가방과 옷, 화장품들. 패션 산업도 망하겠다.
범죄자도 잡기 힘들겠다. 형태만 있는 사람들, 머리색도 옷 색도 구분 안되니까.
세상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는 작가님들도 심심해서 사진 작업이 하기 싫어지겠다.
유명한 반고흐의 해바라기도, 별이 빛나는 밤도, 밤의 테라스도 그냥 그저 그런 그림이 될 뿐이다.
브런치 메인에 자주 등장하는 김밥도 뭐가 계란인지 뭐가 당근인지 구분도 안 가서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색이 없는 세상은 상상만 해도 별로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깔들.
아름다운 색이 있어서 인생이 풍요롭다.
맛있는 음식의 색깔을 보며 군침을 삼킨다.
아이들의 알록달록한 그림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기분이 안 좋은 날은 밝은 색 옷을 입고 기분을 바꾼다.
연인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정성껏 색조 화장을 한다.
사진작가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예쁜 색으로 렌즈에 담는다.
김밥이 맛있는 건 알록달록한 색깔이 미각을 돋우는 것도 한몫을 한다.
인생을 다양한 색깔들과 함께 한다.
아들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하얀색 바나나 우유.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 빨간 카네이션.
자기만족과 동시에 후회를 안긴 분홍색 구찌 가방.
우울함을 탈출시켜 준 노란색 해바라기.
눈을 맑게 해 주는 6,7월의 초록 나무들.
슬픈 기억을 떠올리는 파란색 투피스.
부끄러움과 절망을 안겨준 남색 피구공.
20년 차 나이를 넘어서 든든함을 주는 보랏빛 선생님.
색이 가지는 의미가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시원하고 청명한 파란색이 나에겐 속상함이다.
나에게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빨간색이 어느 이에겐 죽음이나 슬픔을 연상시킬 수도 있다.
각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색이지만 세상에 색깔이 있어 아름답고 살만한 게 사실이다.
내 인생을 이왕이면 아름다운 빛깔로 채우고 싶다. 우울한 무채색에서 벗어나 알록달록 빛나는 아름다운 색들로. 또 아름다운 색이 아니더라도 내 인생의 온갖 색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삶을 살고 싶다. 내 인생이 무채색이 아니라 알록달록 색깔들로 채워진다는 사실만으로도 담담하게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삶.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색깔로 빛나는 인생을 살아가길 희망해 본다.
우리 아들의 무채색 인생에도 언젠가 은은한 색이 스며들기도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