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면 아이들이 너도 나도 예쁘게 그리거나 종이접기 한 빨간 카네이션을 붙인 카드를 선물한다.
올해 받은 카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다.
'저한테 선생님은 너무 소중한 선생님이에요'
해 준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눈물이 핑그르르, 웃음이 한가득, 헛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삐뚤빼뚤 줄도 맞지 않게 쓴 2학년 아이들의 글은 날 것 그대로이며 내 마음에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
'선생님은 우리가 떠들어도 화내지 않고 웃어주셔서 너무 신기해요.'
어제 예민해져서 소리 질렀는데 실수했네. 미안하다.
'선생님. 사랑해요. 아프지 말고 오래 사세요.'
나 아플 나이는 아닌데 고맙구나. 100살까지 살게.
'선생님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더 열심히 가르쳐 줄게. 공부시간에 살짝 업무처리 한 거 미안해.
아이들의 카네이션은 살아갈 힘을 준다.
27년 동안 받은 카네이션 편지가 얼마나 많으랴. 볼 때마다 버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카네이션을 부모님께 선물 못한 게 꽤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오른다.
어릴 때 한 번 카네이션을 못 달아드린 적이 있었다. 그다지 어릴 때는 아니고 아마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엄청 섭섭해하시며 꾸중을 하셨다. 그때는 어버이날이면 어른들이 너도 나도 카네이션을 달고 외출을 하고 하루 종일 지내던 시대이니 아마 많이 섭섭하셨나 보다. 비교당하는 느낌도 있었을 것이다. 그깐 카네이션이 뭐라고 딸한테 저러시나 너무하신다 싶고 눈물이 났는데 부모가 되어 보니 아버지의 섭섭함을 알 거 같다.
스승의 날 카네이션 편지 한 장이 없으면 아마 나도 화가 나고 눈물이 날 거 같다.
어버이날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부모들을 위한 카네이션 만들기를 하지 않으면 우리 아들들도 아마 카네이션 하나를 주지 않을 것이다.
카네이션 그게 뭐라고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받았다고 내가 잘난 선생도 아니고 못 받았다고 내가 못난 선생도 아닐 텐데 말이다. 내 존재 가치가 카네이션은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