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해바라기(고마움)
교대 우리 과에는 40명의 동기들이 있었다. 그중 나를 포함 4명이 똘똘 뭉쳐 점심도 같이 먹고 이야기도 같이 나누고 학교랑 가까웠던 시내도 놀러 가고 했지만 어느새 그 친구들은 다 각자 떨어진 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고 연락도 어렵다. 한 명은 교사를 관두고 미국으로 남편을 따라가 버렸고, 한 명은 경기도로 발령 나서서 연락이 끊어졌고, 배낭여행을 같이 가고 메일을 주고받고 정을 많이 나누었던 항상 언니처럼 조언을 해 주던 한 명의 친구도 고향에서 노처녀 장학사로 지내다 보니 자기만의 새로운 친구(싱글에 승진을 위해 매진하는 뜻을 같이 하는 친구)가 생겼고 연락이 거의 끊어진 거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아쉽고 슬픈 일이다. 하지만 인연이란 게 떠나면 그냥 떠나보내야 되고 다가오면 다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맺어 나가는 것이니 아쉽더라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될 것이다. 가끔 장학사 친구에게 전화를 하려고 전화기를 들었다 내려놓게 되는 걸 보면 삶의 방향이 달라지면 친구도 멀어지게 되고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게 되는 건가 보다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안타깝지만.
교직생활을 하면서 동기를 만난 게 딱 세 번이었다. 1998년, 2011년, 2023년.
동기 사랑은 나라 사랑인데 나라 같이 소중한 동기를 만나기가 참 힘들다. 정말 나라만큼 소중하긴 하구나. 무려 27년이나 교직생활을 했는데 겨우 3번.
98년의 동기는 아가씨여서 결혼과 학교 생활의 힘겨움이 주된 주제였고, 2011년의 동기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처지라 아이 이야기가 우선이었고, 2023년의 동기는 똑같이 고등학생을 키우고 아들 둘을 키우고 있어서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고 있다.
23년의 동기, 건너 듣기로 아픔이 있다. 나와 다른 방향이지만. 그래서인지 동기라서인지 내 어려움을 둘러 둘러 맘 편하게 표현한다. 그렇게 지내길 넉 달. 동기도 자신의 처지를 말한다. 동기의 언니도 나 같은 결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동기의 아픔이 내 아픔보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데 동기는 항상 긍정적이다. 외로움과 아픔이 있는 동기. 집에 있는 먹을 것도 자주 들고 와서 티타임도 가진다. 하나로 마트에 가면 꽃이 싸다고 자주 꽃을 사는 것 같다. 4월엔 노랑 빨강 튤립을 선물하더니 6월엔 노란 해바라기를 한송이 선물한다. 부자 되라면서. 동기가 주는 꽃은 마음을 밝게 해 준다. 우울함이 주된 벗인데 꽃만 보면 마음이 밝아진다. 꽃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어 본다. 남편도 안 주는 꽃을 동기가 두 번이나 준다. 밝은 마음과 함께. 꽃을 보면 걱정도 사라진다. 우울도 사라진다. 꽃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밝음을 전염시키는 사람.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이 맞다.
"오늘 노란 옷하고 해바라기 잘 어울리네. 하나로 마트 갔더니 싸길래 사봤어."
"와, 예쁘다. 고마워. 친구. 사진 찍어놔야지."
노란 해바라기는 고마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