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교사의 어쩔 수 없는 선택 앞에서
눈물이 난다
아침부터 들려온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야기에 눈물이 난다. 꽃 같은 나이에 어린 아이들을 두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일을 겪었을지 교실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아직 정확한 이유도 밝혀진 것도 없고 이야기가 분분한 상황에서 말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글이라도 써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을 듯하여 두서없는 글을 써본다. (짧은 필력에 속이 상한다.)
교사들 특히 초등교사들은 아무런 힘이 없다. 아이들을 키워 상급 학교에 보내보니 벌점제도와 입시 때문에 중고등학교 아이들은 정도껏 제재할 수단은 있어 보인다. 물론 중등교육에 몸담지 않은 입장에서 중등교사들의 힘듦을 초등과 비교하여 경중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단순 비교를 하자면 초등은 정말 아이들을 제재할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
브런치에도 다수의 초등교사들이 눈에 보인다. 다 즐겁고 행복하고 명랑한 이야기들이다. 밝고 이쁜 아이들 모습이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천사 같다. 즐겁고 행복한 교실 이야기를 쓰지 않고 힘든 일을 쓰게 되면 자칫해서 해당 학생이나 학부모가 알게 된다면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니 못 쓰는 것이다.
실제 교실엔 힘든 일 투성이다. 아이들 생활지도 힘들다. 공부 시간에 노래 부르는 아이, 청소 시간에 잡기 놀이 하는 아이, 공부하기 싫어서 보건실에 단골로 가는 아이, 선생한테 욕하는 아이, 화가 난다고 책상을 발로 차는 아이, 친구를 왕따 시키는 아이, 창문을 주먹으로 깨는 아이, 수학여행에 칼을 들고 와서 행패를 부리는 아이, 생활지도가 필요한 다양한 아이들이 존재한다. 요즘은 아이가 집집마다 한 둘이다 보니 정말 공주 왕자처럼 커서 아이들 대부분이 자기가 젤 소중하다. 고자질이 끝이 없다. 다 자기가 피해자다. 때론 교사가 가르치는 사람인지 싸움을 중재하는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 와중에 두리뭉실하게 어울려 남을 배려하고 사는 아이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긴 하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들도 예전보다 훨씬 많다.
학부모의 민원도 교사를 힘들게 한다.
진상 학부모가 한 명만 있어도 일 년이 괴롭다. 아이를 매일 늦게 보내면서 연락 한 번을 안 하는 부모. 이 경우에 아이가 정규 수업시간까지 안 오면 선생님들은 초비상이 걸린다. 수업이고 뭐고 아이 행방부터 찾아야 된다. 부모 어느 누구와도 연락이 안 돼서 아파트 경비실까지 연락하는 경우도 봤다. 아이가 학교에 오지 않는 순간부터 모든 책임은 교사에게 다 넘어간다. 자기 아이에게 조금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고 학교홈페이지부터 교육청 게시판까지 모두 도배하는 부모. 우리 아이 눈 나쁘니 키고 뭐고 상관 없고 무조건 앞에 앉혀달라는 학부모. 남자 애들이 복도에서 공 가지고 논 게 뭐 대수라고 혼내냐는 학부모. 작년 담임 욕하는 학부모. 아이가 복도에서 넘어졌다고 측량기사를 불러와 복도의 높이를 재는 부모. 분명 천사 같은 학모인 줄 알았는데 아이가 다치니 돌변하는 부모. 아이들 활동 사진을 올렸는데 내 아이는 왜 눈 감은 사진을 올렸냐고 항의하는 부모.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라서 힘든 마음 안고 신고했는데 대충 감잡고 와서 교장실에서 너 같은 선생 처음 봤다고 네가 그런 거 맞지 않냐고 추궁하는 부모. 몇 년 전 일로 아동학대 신고를 하는 부모.
썰을 풀자면 끝도 없다. 잊고 사는 게 속 편해 잊고 살기도 하고, 세월이 지났으니 잊어버릴 뿐. 그 힘든 고비 넘기고 이제 경력이 차니 그냥저냥 애들도 학부모도 이해하고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살게 됐을 뿐, 수많은 일들 다 기억하자면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일들을 겪으며 교사들 속은 숯검댕이가 된다.
교원 연금이 고갈되지 않는 이유가 교사들 수명이 짧아서라고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니 교사들 평균 수명은 길지 않다고 한다. 온 국민들이 때만 되면 공무원 연금 중에서 교원 연금에 대해서 욕들을 많이 한다. 마치 다 나라에서 공짜로 주는 것처럼. 월마다 기여금이라고 일정금액을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떼가는데도 전액 공짜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겠냐만은 교사들이 공공의 적인 것만은 확실하다. 대한민국처럼 학구열 높은 곳에서 국민의 대부분이 학교는 다 다녔고 제일 잘 안다고 여기는 직업이 교사니, 교사는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을 많이 목도한다.
잘못하는 교사들이 질타를 받아야 되는 것은 옳지만 일선에서 이 힘든 모든 상황을 참고 견디는 교사들에게 더 이상 돌을 던지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들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직에 들어섰을 신규 선생님. 학교라는 곳이 아름다운 곳만은 아니라는 걸 너무 일찍 알고 세상을 등진 선생님이 가십거리가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좋은 곳에서 편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