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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Jun 19. 2023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

아이들은 기쁨입니다.

수학 분류하기를 배운 후 팔찌 만들기

  오늘은 아침 일찍 출근해 브런치에 글을 한 편 올렸습니다. 올리고 읽어 보니 우울 한가득입니다. 힘 빠지게 만드는 글을 누가 좋아하랴 싶은데 그래도 우리 작가님들 읽어주시고 힘을 주셔서 너무 고마울 따름입니다. 몇 분 작가님들의 댓글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줍니다. 사실 저의 치부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이 공간만큼 편하게 말할 곳이 없습니다.(사회생활 잘못했거나, 아직 마지막 자존심이 남았기 때문이겠지요. ^^)

   그런데 더 큰 이유는 제가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자식을 저렇게 키우는데 우리 아이를 잘 가르치겠어하는 편견에 휘말리기 싫습니다.

 

  한동안은 내가 선생님인데 자식 하나 제대로 못 키우고 있으니 퇴직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큰 고민에 빠졌더랬습니다. 그때마다 친한 분들이 말하더군요. 직업과 엄마를 분리하라고요.

   사실 선생으로서 그리 부끄럽게 살고 있진 않아 다행히 퇴직은 안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같이 힘 빠지는 날은 너무 힘든 게 사실입니다. 아이들한테 최선을 다할 여력이 별로 없어서입니다.

   

  그런 나인데, 이 힘듦을 다잡아주는 존재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그저 밝습니다. 어떤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합니다. 다 들어주면 어느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알 정도입니다. 엄마 아빠의 치부도 마구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솔직하고 가감 없고 순수하다는 거죠.


    오늘 수학 분류하기를 다 배우고 구슬을 기준을 세워 분류한 후 팔찌 만들기를 했습니다. 아이들 가는 손목에 블링 블링 빛나는 팔찌가 너무 예쁩니다.

    그런데 더 예쁜 건 분류라는 목적에 맞추어 구슬을 열심히 골라내는 아이들의 진지함과 구슬이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웃음 짓는 모습입니다. 구슬 줄에서 구슬을 다섯 번이나 떨어뜨리고도 화내지 않고 다시 꿰는 아이들 모습입니다. 엄마 하나 더 만들어 주면 안 되냐고 묻는 아이들 모습입니다. 선생님 이렇게 이렇게 분류했어요 설명하는 아이들 모습입니다. 제가 줄을 묶어주다가 열심히 꿴 구슬을 다 떨어뜨렸는데도 화 한 번 안 내고 괜찮아요 하는 아이들 모습입니다.

   아이들은 기쁨입니다.(내 아이를 키울 땐 왜 몰랐을까요? 속이 상합니다.)

  


   "선생님 선물이에요. 00이 00이 00이랑 나눠 가지고 선생님도 드리는 거예요."

 우리 반 00 이한테는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든 소중한 물건일 겁니다. 안에 솜도 들어가 있고 입체적입니다.

   전달하면서 미소 한가득입니다. 우정팔찌나 우정 반지를 나눠 가지듯이 저한테도 사랑의 선물을 하나 선사한 겁니다.

   아이들은 기쁨입니다.

   오늘 우울하게 하루를 시작했지만 아이들 때문에 웃고 하루를 잘 마무리합니다.

 

   퇴직하는 그날까지 부끄럽지 않도록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울적한 마음 브런치에 풀고 이제 수업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아이들은 기쁨입니다. 기쁨인 우리 아이들에게 저도 기쁨이 되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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