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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Nov 20. 2023

이불킥 하고 싶은 날

나를 제대로 돌아보고 인정하는 날

사람의 마음은 바다와 같다. 항상 파도가 일렁인다.

바닷물의 상태라는 것이 움직임 없는, 물결 한 점 일렁이지 않는 상태일 수는 없듯이 마음도 항상 조금씩 아래위로 일렁인다. 높낮이의 차이가 있을 뿐. 견뎌낼 수 있는 높낮이로 일렁이면 행복한 거다.


한 동안 마음속에 잔잔한 파도만 일어서 다행이었는데 요즘은 파도가 꿀렁꿀렁, 어디가 높이의 끝인지 모를 정도로 왔다 갔다 거린다. 서핑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서핑할 정도의 규칙적인 파도라면 그나마 나을 것도 같다.


마음속 파도가 규칙도 없이 일렁대는데, 그런 내면을 향해 계속 말로 화살을 쏴대고 있다.


30대에 세운 계획을 10년만 실천했어도 40대에 하고 싶은 것 하나 이루었을 텐데.

30대를 육아하느라 바빠서 뭐 하는지 모르게 지나쳤다면 40대에 세운 계획을 10년만 꾸준히 실천했어도 지금 이루고 싶은 것 하나는 이루었을 텐데. 20년이 그냥 훌쩍 지나가버렸는데, 내 마음에 내 몸에 남은 것이 없다.


꾸준히 할 줄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30대, 40대를 거쳐온 삶을 생각해 보니 꾸준히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맘 내키는 대로 이것 손댔다 저것 손댔다가 힘들면 관둬버리기 일상이었다. 한 때 영어공부는 열심히 했었다. 대학원도 초등영어교육을 전공했으니까. 하지만 방법도 틀려 먹었고 시간 투자도 적당하지 못해서 현재 상태는 하나 안 하나 똑같은 상태다. 영어교과전담도 꾸준히 안 해서 얻은 결과는 없다.

이런 과정들에 핑계는 많았다. 애를 주말부부로 7년 동안 혼자 키웠으니 당연한 거야. 시댁도 친정도 육아에 도움을 안 주니 그렇지. 피곤하고 힘든데 뭘 해. 핑계 핑계 핑계. 그렇다고 애를 잘 키운 것도 아니다. 육아에나 전념하지 그랬어.


마트에 가서 재료만 잔뜩 사 와 놓고선 요리를 하지 않아 썩혀버리는 것과 같은 삶을 살아온 것 같다.양질의  재료만 잔뜩 구입한다. 냉장고에 넣어둔다. 잊어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아까워하며 버린다. 완성된 음식은 없는 상태. 시간과 돈만 낭비한 상태.


이런 나에게 이불킥을 날리고 싶은 날이다.


머리까지 훅 뒤집어 쓴 이불속에서 답답한 마음 한가득 꾹꾹 눌러 있는 힘껏 이불킥하게 된다.


이불킥인데 발이 아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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