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의 마음+긍정의 메시지
보건실에 물을 뜨러 갔다. 우리 반 00 이가 와 있었다. 매일 드나드는 00 이가 걱정되기도 하고 보건선생님께 말도 붙일 겸 여쭤보았다.
"00이 보건실 단골이죠? 작년에도 보건실에 자주 와서..."
항상 온화한 표정과 여유로운 미소를 띠시는 보건 선생님의 예상치 못한 말씀.
"아니요~. 00이 건강 똑똑이가 되어 가고 있어요."
2학년 교과서에 듣는 사람의 기분을 생각하며 고운 말로 바꾸어 말하기라는 내용이 나온다. 교사로서 목표에 맞게 학생들의 성취를 끌어내야 된다.
주요 목표는 '학생들이 상대의 기분을 생각해서 자신의 걱정을 담아 긍정적인 표현으로 말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된다. 그런데 우리가 살다 보면 늘 부정적인 말들을 듣고 뱉고 사는 경우가 많다보니 학생들에게 좋은 말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부모도 선생님도 주로 명령적이고 권위적일 때가 많은 게 사실이니 말이다.)
예시에 있는 것처럼 복도에서 뛰는 학생에게는
"뛰지 마."라는 말보다는
"그러다가 다치겠어.(걱정의 마음) 천천히 걸어 다녀.(긍정적 메시지)"가 좋다.
나머지 (나)와 (다)를 시켜 보면 긍정적인 가정 분위기에서 자란 학생들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운동장이 더러워져.(걱정의 마음) 쓰레기통에 버려줬으면 좋겠어.(긍정적 메시지)"
이렇게 잘 표현한다.
반면 말하기 연습이 안되거나 주변에서 부정적 메시지를 많이 받은 학생들은
"쓰레기 버리지 마."라는 부정적이고 단순한 말을 한다.
(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이 시끄러울까 봐 염려가 돼.(걱정의 마음) 조용히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긍정적 메시지)."
라고 말하는 게 훨씬 부드럽고 설득력이 있다.
반면 이렇게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
"도서관에서 시끄럽게 떠들지 마."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옛말이 아주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가 아닌 '어'를 말하기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 삶에서 무수히 겪었을 것이다.
걱정의 마음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만 세상에 있다면 세상은 아주 평화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저 수업을 하면서 나 자신의 말하기 태도도 많이 반성되었고 나도 쉽지 않은 걸 학생들이 말하는 걸 보면서 부모의 평소 말하기 태도나 가족의 분위기가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많이 깨달았었다.
보건 선생님의 말은 망치로 한 대 날 때리는 느낌이었다.
난 우리 반 oo 이를 문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보건 선생님은 아이를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계신 거다.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계신 거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긍정적 관점과 긍정적 메시지가 아이들을 조금씩 단단한 모습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난 아직 멀었구나. 교사로서도 엄마로서도.
휴. 한숨 한 번 내쉬며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그래도 뭐~~ 이렇게라도 깨닫는 게 어디야 라고 나 자신을 응원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도 함께 성장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