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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Sep 02. 2021

무례한 사람에겐 친절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친절한 사람이다. 회사에서 나는 대체로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었다. 인간적인 예의를 갖춘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응당 서로에게 예의를 갖춰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니까.




나를 짓누르던

모든 이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압박


하지만 나는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무례한 사람은 나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일 경우가 많았다. 직급에 눌려서였을까. 그 사람이 내가 없는 다른 장소에 가서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할까 걱정이 되어 더 친절하게 대하곤 했다.

나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퍼트리고 다니면 내 평판에 문제가 가기 때문이다. 그런 걱정이 쌓여 내가 나에게 눈치를 보며,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에게 나이스 가이라 말했다. 가끔 생각한다. 나는 그냥 잘 웃는 호구는 아니었을까.


그렇게 어떤 상황에 마주하더라도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했지만, 정작 나 마음은 냉장고 속 썩고 있는 감자와 같았다. 자연스럽게 냉장고 속 혼자 시간을 보내던 감자는 음식물쓰레기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렇게 타인의 기분을 맞추다 내 감자엔 악취가 나고 있음을 그때 깨달았다.




무례한 사람에게는

친절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간혹 내 얼굴도 모르는데 다짜고짜 전화로 반말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특히 과장급 이상의 직급을 가진 분들 중에서 초면에 반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여기서 맹점은, 본인은 "본인이 반말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본인은 본인 일에 가장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이런 무례한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동일하다.


직급이 높은 사람만 직급이 낮은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직급이 낮은 사람도 직급이 높은 사람을 평가한다.

즉, 평판이라는 것은 일방통행을 통해 생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이를 막론하고 기본적인 예절은 매우 중요하다. '까라면 까'라는 사고방식으로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 (아니... 사실 아직까지는 조금 남아있다.) 특히나 요즘 사람들은 "무례한 어른"에 대한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무례한 어른"은 젊은 사람들과 진실된 커뮤니케이션을 이루지 못한다. 꼭 담배를 피우긴 하지만 겉 담배를 피우는 사람 같다고나 할까.





무례한 사람을 대처하는

본인만의 기준을 가져야.


내 마음의 상처보다 후에 다른 사람의 입에서 듣게 될 부정적인 평판이 더 두렵다면 상대방이 무례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오히려 속 편하다. 무례한 사람을 대응하다 보면 되려 나도 무례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래서 무례한 사람을 대처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이 없다면 본인의 마음도 상처를 입게 되고, 본인의 평판도 무너질 거라 생각한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면 한 가지는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미어캣처럼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하지 말자.

무례한 사람은 본인이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낸 줄도 모르고 편하게 사는데, 편하게 살아야 할 사람이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부정적인 메시지에 빠지지 않도록 나를 지키자.


"무례한 사람에게는 친절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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