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이 분명히 어제였는데, 왜 오늘은 일요일 저녁인 걸까. 금요일 밤은 너무도 빠르게 흘러갔고, 토요일엔 뭘 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슬라임처럼 흘러내렸던 내 몸뚱이가 갑자기 찰흙처럼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관성에 이끌리듯 출근할 몸을 만들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의 몸뚱이 인가 봐..."
일요일 밤, '퇴사'를 그토록 원하는 나는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월요일 출근 가방을 정리한다. 혹시나 회사에 가져가야 할 필요 문서나 아이템들을 다시 머릿속에서 정리한다. 월요일 아침 필요했던 것이 없을 때의 불안함은 이루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게 아침 식사 대용인 ABC주스와 배즙을 가방에 넣고, 내 생활필수품 무선 이어폰, 보조배터리, 지갑, 차키까지 가방에 넣고 나면 그제서야 잠잘 준비가 된다.
그렇게 바로 잠이 올 것 같은 밤인데도 눈이 말똥말똥하다. 그렇게 한참을 머릿속에서 내일 할 일을 시뮬레이션 돌린다. 그러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도저히 잠을 못 잘 것 같아, 핸드폰 메모 어플에 내일 할 일을 적는다. 그제야 내 몸뚱이가 안정을 되찾는지 스르륵 베개에 내 몸을 맡긴다.
다음날 아침 팀장님 얼굴을 보는 순간 주말 동안 괜찮았던 배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한다.
통계적으로 나와있는 것을 아니지만, 추측하건대 대한민국 직장인의 80% 이상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토록 편안했던 내 장이 회사만 가면 예민하게 변신하는 것이 그 근거다. 그리고 항상 아침 화장실은 만실이다. 회사라는 조직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내 얼굴을 거짓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내 몸은 거짓말하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월요일 아침부터 긴장감을 먹고 산다.
회사에 빨리 도착해서 막내들은 해야 할 일이 많다. 윗사람들은 당연시하게 여기는 잡일도 하다 보면 20~30분이 훌쩍 지나간다. 분명 회사 시작 시간보다 30분 먼저 왔는데, 업무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있는 나를 발견한다. 화장실 가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나서 이제야 커피 한잔을 타 와서 내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막내야!!!!"
"네!!" (나 아직 화장실도 안 갔어!!! 화장실 갈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니?)
전 퇴직자가 싸질러 놓고 간 똥이 너무 많아서, 아침 일찍부터 내 똥도 어찌하지 못한 채 전 동료가 만들어놓은 똥을 치우고 있다. 참 회사에는 여러 종류의 똥이 있음을 깨닫는다. 스트레스를 받아 만들어진 내 똥, 동료가 만들어낸 똥 등 그 모습이 아주 가지각색이다. 일부 큰 일을 해결하고 나서 난 화장실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생각했다. 회사 내 잔존하는 똥을 치우는 만큼, 내가 회사에서 똥을 싸는 시간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똥은 꼭 출근한 다음에 싸. 그래야 똥 싸면서 돈 받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