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기업 1년차, 퇴사를 결정한 이유
배구선수 대리놈의 본인업무 토스기
오후 5시 40분 쯤.
고참 대리가 갑자기 나를 부른다.
"이거 상품 시스템에 업로드 좀 시켜야 되는데, 나 좀 도와줄 수 있겠어?"
퇴근 20분 전에 갑자기 이걸 물어보는 속셈은 뭘까?
어짜피 6시전 퇴근은 글렀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직은 내가 신입사원이었기에 '네 대리님' 하고 메일로 자료를 받아봤다.
이런...식빵 퇴근 20분 남았는데, 미친 300개 상품 등록을 주는 사람이 어디 있나?
1분에 2개씩 한다고 치면, 30분에 60개, 60분에 120개, 90분에 180개 150분에 300개니까,
알파고보다 더 일정하게 정신나간 사람처럼 시스템에 입력만 해도 2시간 30분이 걸린다.
그리고 나에게 메일을 보낸 그 대리는 6시가 되고나서 유유히 담배를 피러 나간다.
나간지 30분 뒤,
6시 30분이 되었다.
그는 나에게 속삭인다.
"우리 저녁 먹어야 하지 않겠어?"
(내 속마음)
"안 먹고 2시간 30분 동안 니가 준거 하다가 집가서 라면 먹을거다. 식빵 새끼야."
(나의 대답)
"어떤 거 드실래요? 짜장면 or 햄버거?"
그리고 나는 짜장면집 다이얼을 누른다.
누르고 나서 허리가 너무 아파 잠시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간다. 갑자기 뇌정지가 와서 바람 15분을 쐬고 나면,
갑자기 드는 생각
"뭐 내가 하는 일은 단순 노무니까,
뇌 정지 와도 할 수 있었지..... 맞네.."
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앉아 상품을 업로드 시키지 시작한다.
그리고 10분이 지나지 않아,
중국집 알바의 목소리가 내 휴대폰을 수놓기 시작한다.
이 때가 딱 오후 7시.
퇴근하기 딱 좋은 시간, 덕분에 모든 도로에는 차로 주차장이다.
"어짜피 지금 퇴근해봤자 도로 위에서 1시간이야"라는 말도 안 되는 혼잣말을 하며 나는 다시 회의실로 가서 신문지를 깔고 짜장면 파티할 세팅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명식 파티 참석자를 불러모으고
눈은 웃지만, 입을 웃지 않은채 기계처럼 짜장면을 먹는다.
그리고 간짜장을 먹고, 이야기하다가 보면 30분이 훌쩍 간다. 그리고 또 담배피러 나간다.
담배피고 들어오면 7시 45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부시럭 거리는 소리의 정체는 그 대리놈이 집에 갈 준비하는 소리이다.
"(속마음) 집에 가게? 나한테 이거 주고?"
양심의 가책은 1도 없이, 웃으며 자리를 뜬다.
"내일 보자!"
그렇게 대리 및 모두를 보내고 나면 한 9시가 된다. 오롯이 나 혼자만이 업무를 할 수 있는 이 시간.
저녁 11시까지 시스템에 상품을 등록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 101번의 현타가 온다.
하지만 내일 또 나의 업무를 하기 위해
그 대리놈의 업무를 한다.
그리고 난 11시에 모든 불을 끄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다짐한다.
조만간 이 회사를 나갈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