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두려움이라는 녀석

by 미라쌤

두려움이라는 녀석

혹을 발견했을 때 나는 환자가 되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겁먹은 토끼처럼 울타리 구석에 숨어있었다.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잔뜩 겁을 먹었다. 두려움이란 감정에 휩싸인 마음의 병을 가진 환자였다. 주변 반응은 ‘요새 혹은 누구나 다 있어. 수술하면 괜찮을 거야. 별 거 아니야’라고 했다.


며칠을 기다려 만나는 의사 선생님들은 나를 공장에서 나오는 상품을 대하듯 여겼다. 의사 선생님들 특유의 차가운 눈빛, 권위적인 말투는 겁먹은 나를 더욱 웅크리게 만들었다. 누구 하나 걱정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기보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기에 힘든 내가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내가 네 군데의 대학 병원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몸이 아픈 건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이었다. 혹을 없애려고 내 몸에 칼을 대면 어쩌지, 그것으로 인해 내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면 어쩌지, 결혼을 못하면 어쩌지 라는 수많은 걱정을 했다. 또한 300배를 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욕심과 집착도 일어났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아우성들을 하나씩 마주했다. 나는 수술이 두려웠고 300배에 집착을 했다. 몸이 아픈 것이 내 마음을 다시 가난하게 만들고 있었다. 가난한 마음의 나를 마주하고, 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지금 그대로의 나를 인정했다. 내가 어떠한 모습이던 지금 그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수술을 하든 어떤 상황이 와도 괜찮다는 마음을 내었다.


약물치료를 하면서 나는 3개월에 한 번씩 병원 검사를 갔다. 이 검사 역시 특별한 것 없는 검사였다. 그저 호르몬 약을 타기 위해 의사 선생님을 뵙는 것이었다.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대학병원의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결과가 어떠하더라도 다 받아들이자. 모든 것엔 다 길이 있으니. 지금 그대로 괜찮다고 말했다. 불안한 내 마음을 토닥여주었다. 남들이 하는 말인 이 정도는 누구나 다 아프니까. 수술 별거 아니니까 하는 생각이 아니었다. 넌 뭘 해도 지금 그대로 괜찮다는 믿음을 스스로 주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궁금함에 초음파를 해보았다. 정말 감사하게도 내 난소의 혹은 점점 작아졌다. 왼쪽의 혹은 3달 뒤 사라졌다. 오른쪽에 있던 혹은 8cm에서 6cm, 4.2cm, 그리고 3.1cm.. 점점 작아졌다. 부정적인 감정을 알아차리고 하나씩 놓아버린 것이 도움이 됐을까.


나쁜 생각과 감정들을 조금씩 흘려버렸던 것처럼 주먹만큼 컸던 난소의 혹도 점점 작아졌다. 긴장과 걱정으로 꽉 잡고 있던 것들을 놓아주었다. 나는 지금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더니 내 마음이 평온해졌고 비로소 모든 것이 돌아왔다. 내가 바라지 않아도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박 교수님의 한 마디

나는 박 교수님을 통해 내 마음에 희망을 만날 수 있었다. 약물치료는 누구든 권할 수 있었겠지만 박 교수님은 내게 내, 외과적인 치료가 아니라 마음에 희망을 선물해주었다. 난소에 혹이 생긴 걸 알았을 때,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대학 병원을 이리저리 다니느라 심신이 지쳐갔다. 그때 박 교수님은 수술이 필요하면 본인이 해주겠다는 말로 잔뜩 겁먹은 내게 걱정 말라는 다정함을 주셨다.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준 박 교수님 덕분에 나는 큰 위안을 받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깨달음이 오지만 누군가의 따뜻한 한 마디는 큰 힘이 있는 것 같다. 내게 희망을 준 것은 꾸준한 절 수행도 아니었고 난소에 좋다는 각종 영양제 같은 물질적인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감과 위로의 한 마디였다.


그 한 마디로 인해 나는 마음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그 희망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는 여러 가지 감정을 마주했다. 두려움, 욕심, 집착, 불안함을 놓아버린 뒤, 나 지금 아파도 괜찮다는 마음을 내었다. 그것은 지금 내 모습 그대로 괜찮다는 믿음이었다. 나는 몸이 아프던 마음이 가난하던 괜찮아질 거라는 것을 믿었다. 이 믿음 하나면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게 평온이 찾아왔다.


마음과 몸이 아프던 지난날, 나는 괴로움 속에 살았다. 아픈 걸 당연하게 생각했기에 치유하는 방법 또한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통증을 마주하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나는 몸과 마음이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한쪽이라도 아플 때 내 삶은 편안하지 않았다. 다음에 이어지는 글을 통해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를 생각해보고 당신은 어떠한 상태인지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알려줄 마음 홈트를 통해 몸의 건강도 함께 얻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몸과 마음이 아픈 누군가에게 이 글이 내가 만난 박 교수님의 한 마디만큼 큰 위안이 되길 희망한다. 당신의 삶이 지금 그대로 충분히 괜찮은 삶이기를 당신 스스로 믿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