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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Oct 14. 2015

눈 앞이 깜깜 했던 첫 보고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없을 때

제가 일반 회사에서 컨설팅 회사로 옮긴 후 첫 프로젝트에서 있었던 창피한 사건을 말씀드립니다. 


그 프로젝트의 고객은 대기업 계열 SI 기업이었고, 저를 채용한 이사가 프로젝트 스폰서였고, 프로젝트 PM인 부장님 그리고 과장급 컨설턴트 3명 그리고 제가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경력으로 채용되었고 나이도 30대 초반이라서 차장 직급이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저의 고난은 시작됩니다. 프로젝트에서 산출물을 만들고 발표를 해야 하는데, 제가 실력이 안 되는 겁니다. 거의 한 달 동안 새벽까지 일했음에도 산출물의 품질은 형편없었지요. 다행히 PM이 넉넉하신 분이라서 제 흠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과장 컨설턴트들은 제 뒷담화를 하셨을 거예요. 그것이 당연하기도 했지요. 


프로젝트 1개월 후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PM이 이직을 결심하고 일주일 후에 프로젝트를 떠난다는 겁니다. PM이 이직하는 것은  별문제 아닌데, 문제는 제가 PM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보고뿐 아니라 발표도 해야 하는 겁니다.


PM은 떠났고 제가 보고 회의를 주관해서 발표해야 하는 이벤트가 다가왔습니다. 고객사 프로젝트 오너를 포함해서 10여 명이 보고회에 참석을 했습니다. 저는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첫 마디를 시작한 후 음성이 덜덜 떨리면서 눈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보고서의 글이 하나도 안보였습니다. 그 후 한 3분을 헤매었고 이윽고 고객사 프로젝트 오너가 오늘 여기까지 하고 저녁 먹으러 갑시다. 보고회는 그렇게 유야무야 끝났지요. 일반적인 경우라면 저는 바로 프로젝트에서 아웃되었을 터인데, 프로젝트 오너가 우리 회사의 이사님과 친분 관계가 있어서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저는 버텼습니다. 나중에 고객사 Lead가 저에게 뼈 있는 한 말씀하시더군요 “OO차장은 컨설턴트 아닌 것 같아!’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멋진 글과 멋진 말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쉬운 글과 말로 진행되는 사항을 말씀드리면 되는 데. 그리고, 그 보고에서 제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없었습니다. 꾸미기만  열중했으니 내용이 없는 거지요. 그 이후 깨달은 것은 멋진 그림과 감동적인 문구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우선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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