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정말 필요한가?
지난 글에서 프로세스 혁신과 ERP의 기본 논리, 프로젝트 후 변화관리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프로세스 혁신과 ERP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평소에 정리, 정돈을 잘하는 분들도 계절의 변화에, 아이들이 커가면서 또는 새로운 가구를 살 때 등등의 이유로 집안의 옷장, 책상 및 부엌을 대청소하고 정리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기업도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기업은 신규 사업 추진, 기존 사업 축소, 조직의 변화와 시장 규제 등 다양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하는데, 이러한 변경들이 몇 년간 쌓이면 업무 프로세스가 알게 모르게 누더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최초에 표준 프로세스를 설계할 때는 각 조직 또는 업무의 변경 사항은 합의된 표준에 따라 변경하기로 합의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표준을 준수하기 보다는 각 조직 또는 업무의 특수한 요구사항에 따라 프로세스를 조금씩 변경하다 보니 나중에는 표준과의 괴리가 점차 커지는 것입니다. 책장을 사서 책을 꽂을 때는 첫 번째 선반은 경영, 두 번째는 인문, 세 번째는 자기계발, 취미 순으로 책을 정리했는데, 경영을 위한 인문 서적을 구매하면서 선반의 분류를 무시하고 대충 책을 꽂기 시작한 후 1년이 지나면 선반의 책 구분이 없어지져 책장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겁니다.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가 복잡해지거나 비대해지면 이에 따라 ERP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람이 하는 업무 프로세스는 ad-hoc의 변화를 감당하지만, 정해진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ERP는 결국엔 ad-hoc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정보를 산출하게 됩니다.
앞과 같이, 정돈을 잘하는 기업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업무 프로세스와 ERP를 변경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최초의 '프로세스 혁신과 ERP 프로젝트'를 잘 했느냐 못했냐의 문제이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기업 활동의 결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단, 이 프로세스 변경이 '혁신'이냐, '개선'이냐 아니면 '정리'이냐 용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혁신'이라는 단어는 'Selling Message'인 것 같습니다. '혁신'은 근본적인 변화 또는 극적인 효과를 얻어야 하는데, 각 기업의 프로세스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표준화되었기 때문에 '프로세스의 변경'이 기업의 근본적인 변화와 효과를 거두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기업에서 다른 이유로 '혁신'을 내걸지 않는 한, 이제는 '개선' 또는 '정비'라는 단어가 적절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