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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준 Seok Joon Kwon Dec 19. 2021

지구 외 천체에서 발견되는 유기물

그리고 그것과 생명체 기원 간의 관계


Disclaimer: 천문이나 우주과학 분야는 제 전문 분야가 아니며, 그저 개인적인 취미로만 관심을 가지고 있고, 가끔씩 흥미로운 소식이 있으면 글을 씁니다. 틀린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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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는 최근 화성 탐사 로버인 Perseverance Mars Rover가 화성의 예제로 크레이터 (Jezero crater) 지역을 탐사하면서 유기물 성분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공유했다.* 

(*https://www.nasa.gov/feature/jpl/nasa-s-perseverance-mars-rover-makes-surprising-discoveries/)

퍼시비어런스 로버에는 SHERLOC (Scanning Habitable Environments with Raman & Luminescence for Organics & Chemicals)라 불리는 라만-광학 스펙트로미터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일단 채취한 샘플에 유기물이 있음을 확인한 것 같다. 아쉽게도 정확히 어떤 종류의 유기물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는데, 샘플을 지구로 회수한 후에 더 자세한 분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화성은 태양계 내에서 지구를 제외하면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혹은 적어도 과거에는 있었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 천체다. 물론 화성 외에도 토성의 타이탄이나 엔셀라두스, 목성의 에우로파, 금성의 대기 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유기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샘플 분석 장비가 장착된 로버를 지표 위에서 운용하고 있는 천체는 화성이 유일하다. 


물론 지구 외의 천체에서 유기물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생명체의 흔적을 확실하게 만드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생물적인 과정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유기물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금성의 대기에서 발견된 포스핀 (phospine, H3P)** 에 대한 연구 소식을 셰어 한 적이 있었다. 포스핀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금성의 짙은 대기 속에 특이한 생장 방식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의 흔적일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추측을 내놓기도 했었다.

(**https://brunch.co.kr/@sjoonkwon0531/7)


이후 2021년 2월에 보도된 다른 연구팀의 후속 연구 소식을 살펴보니, 포스틴의 신호라고 해석했던 대기성분 스펙트럼 시그널이 사실은 금성의 대기에서는 세 번째로 흔한 물질인 이산화황 (sulfur dioxide)의 스펙트럼과 오버랩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즉, 2018년, 2020년에 보도된 포스핀 관측 소식은 사실 포스핀과 이산화황을 착각한 것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2018, 2020년, 위스컨신대 연구팀이 제기한 포스핀 발견 고도는 대략 80 km 지점인데, 이 지점은 금성 대기 중 중간권 (mesosphere)에 해당하는 층으로서, 이 지점에서는 포스핀 같은 물질의 수명이 매우 짧다. 만약 정말 고도 80 km 지점에서 포스핀이 관측된 것이라면, 이는 그렇게 짧은 수명에도 불구하고 포스핀의 신호가 감지될 정도로 충분히 많은 포스핀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는 뜻인데, 사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문제다. 즉, 금성에서 발견된 유기물은 애초에 생명체의 흔적일 가능성도 거의 없을뿐더러, 그 신호마저도 유기물의 신호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20년 12월에 지구로 샘플을 무사히 내려 보내는 데 성공한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가 탐사한 소행성 류구 역시 유기물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야부사 2가 채취한 샘플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하야부사는 정말 물리적으로 소행성 류구의 샘플을 100 mg이나 채취해 왔으므로, 단순히 스펙트럼 분석만이 아닌 다양한 방법에 입각하여 유기물의 종류를 더 자세히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일본 연구자들을 주축으로 하는 국제연구팀은 탄소질 운석인 NWA 801 (type CR2), Murchison (type CM2)에서 리보스 (ribose), 자일로스 (xylose), 아라비노스 (arabinose) 같은 일종의 당류 분자를 확인했는데***, 이는 지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을 더 흥분시키기도 했다. 특히 리보스 같은 당류는 RNA의 구성물질이기도 하므로, 지구 상 생명체의 출현이 지구 내생적인 원인이 아닌, 외부에서의 유입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https://www.nasa.gov/press-release/goddard/2019/sugars-in-meteorites)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 초기에 쏟아졌던 혜성이 생명체 탄생에 필수적인 유기물을 전달한 장본인이라는 새로운 증거를 계속 발견하고 있다. 혜성에 풍부한 아미노산 같은 유기물이 혜성의 지구 진입 시에 충분히 안정성을 유지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48 GPa과 3000K라는 고압 고온 환경에서도 유기물은 그대로 있었고, 오히려 질소를 함유한 방향족 탄화수소 같은 유기물도 관측되기도 했다.****

(****https://phys.org/news/2019-06-comet-impacts-jump-start-life-earth.html


물론 운석이나 태양계 다른 천체에서 관측된 유기물의 신호가 생명체의 신호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운석에 있는 유기물의 경우, 운석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작은 소행성을 생각해 보면, 대기 성분도 거의 없고, 중력이 매우 약한 천체라는 특성 때문에 자생적으로 유기물이 생성될 가능성은 별로 없고, 우주에서 무생물적인 과정을 거쳐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을 이용하여 지구에서 수 천~수 억 광년 떨어진 먼 우주의 항성 주변에서도 메틸 시아나이드 (methyl cyanide (CH3CN)) 같은 꽤 복잡한 구조의 유기물의 흔적을 빈번히 관측하곤 한다. 심지어 일부 행성상 성운에는 탄소가 매우 높은 농도로 관측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행성상 성운 NGC 5189의 중심에는 백색왜성으로 진입하기 직전 단계에 있는 WD 1330-657라는 항성이 있는데, 이 성운의 높은 탄소는 아마도 이 항성의 내부에서 진행되는 핵융합 과정의 결과물로 보인다. 


지구를 비롯하여, 아마도 전 우주에 흔하게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생명체를 품은 행성에서의 생명체는 아마도 이렇게 항성상 성운 등에서 탄생한 고밀도의 탄소 원자와 이온들이 항성 주변을 돌던 소행성이나 혜성에 실려 극한의 환경 조건 하에서 끝까지 보존되어 마침내 조건이 맞는 어떤 행성에 떨어진 후, 단순한 유기물들의 self-assembly가 오랜 시간에 걸쳐 복잡한 유기물로 트랜스폼 되는 과정에 그 기원을 두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보면 태양계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우리 은하 안에서든 밖에서든 유기물의 신호를 찾았다는 것은 생명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로 보기보다, 생각보다 흔하게 유기물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언제든 조건이 맞으면 생명체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씨앗일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는 인류가 일단 태양계의 여러 가능성 있는 천체로부터 직접 채취한 샘플 안에 있는 유기물의 흔적을 제대로 분석하고 나서부터일 것이다. 하야부사 2의 샘플 분석 결과가 나오면 이러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가까운 미래, 화성이나 조금 더 먼 미래 엔셀라두스, 타이탄, 에우로파 등에서 채취한 샘플로부터 유기물의 흔적이 혹시 발견된다면 인간이 생명의 기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지평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혹시나 그 과정에 생명체 존재의 직접적인 증거까지도 발견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흥분되고 기쁠 것 같다. 결국 우리 우주에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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