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IMD (국제경영개발원, International Institute of Management Development)는 MBA 같은 경영대학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매년 세계 각국의 국가 경쟁력 리포트 (The 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 WCY)를 발간하는 기관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비영리 경영 관련 교육연구기관이다. IMD는 1990년에 설립되었지만, 그 전신은 2차 대전 종전 직후 설립된 국제경영연구원 (International Management Institute, IMI)와 그로부터 10년 후 설립된 로잔의 기업경영기법 연구원 (Institut pour l'Etude des Methodes de Direction de l'Entreprise, IMEDE)다. 양 기관이 1990년에 합병됨으로써, IMD가 출범하게 된 셈이다. 특히, IMEDE 같은 경우, 다국적 식품 기업으로도 잘 알려진 네슬레가 설립 주체였는데, 기업이 설립한 기관이 모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IMD는 중립국에 위치한 비영리 경영 교육연구기관으로서 나름 국가의 경쟁력 측정에 관한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 특기할만한 부분이다.
해마다, IMD를 비롯하여 여러 기관에서 각국의 경쟁력을 각 부문의 정성적 지표와 정량적 지표 수백여 개를 취합하여,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이 보고서들이 발간되면, 각국의 정책 결정권자, 관계 평가기관, 정치인들은 희비가 엇갈리며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전 해에 비해 수치가 올랐으면 다행이지만, 행여나 떨어지거나, 간혹 추락에 가까울 정도로 폭락하면, 언론이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자국에서 발간하는 비슷한 류의 보고서보다는, 해외에서 공신력을 나름 인정받는 국제기관의 보고서이다 보니, 언론들이 그 보고서를 인용하여, 입맛에 맞는 오피니언을 쏟아냄으로써,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기 딱 좋은 소재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e-나라지표에서 IMD 및 WEF 같은 기관의 국가 경쟁력 지표를 인용하며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https://index.go.kr/.../selectPoSttsIdxMainPrint.do...
사실, 국가 경쟁력이라는 것은 어떻게 측정하는지, 어떤 요소에 더 가중치를 둘 것인지, 그것이 IMF 등의 통계치에 기반한 Hard data 기준인지, 아니면 전문가 설문조사 등에 근거한 Soft data 기준인지, 혹은 그 둘의 적절한 조합에 따른 것인지 등에 따라, 순위 지표가 확확 바뀌는 성격의 것이다.**
**http://ssri21.or.kr/.../%EA%B5%AD%EA%B0%80%EA%B2%BD%EC%9F...
이는 애초에 국가 경쟁력을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앞서 언급한 IMD의 경우, 국가 경쟁력을 '국가 경쟁력이란 기업의 경쟁력을 지속 가능하게 해 주는 환경을 창출하고 유지해 나가는 국가의 능력’이라고 정의하는 반면, 세계경제포럼 (WEF)의 경우, '한 국가의 생산성 수준을 결정하는 제도, 정책 및 요소들의 집합체'로 정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연구원 (IPS, Institute for Industrial Policy)은 ‘국가 경쟁력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들과 경제적 측면에서 경쟁하여 이길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는 등, 정의하는 기관에 따라, 국가 경쟁력의 범위와 성격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기관이 어떻게 측정했는지, 그리고 어떤 세부 지표를 참고하여 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것이 측정되는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뒤따르지 않으면 나라의 실제 '실력', 특히 다른 나라에 대비한 '실력'이라는 것에 대해 곡해를 하기 딱 좋다. 너무 저평가를 야기하는 방법으로 측정된 국가 경쟁력은 정부를 비판하기 딱 좋은 소재며 (즉, 정부가 하는 모든 정책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번 결과를 보니 정말 심각한 듯! 다 물러나야! 같은 의견 형성), 너무 고평가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측정된 국가 경쟁력은 정책적 실패를 불러일으키기 좋은 계기가 된다 (즉, 우리 너무 잘해 나가고 있는 듯! 계속 이대로 가즈아! 같은 의견 형성).
물론 이런 특성 때문에, 어떤 기관이 어떻게 각 나라별 경쟁력 지표를 산정하였는지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으며, 각 평가 기관은 이 피드백을 받아 어떤 지표는 축소하고 어떤 지표는 신설하는 등의 개정을 매해 거듭하고 있다. 다만, 어떻게 개정을 하고 신설을 하고 삭제를 해도, 결국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대단위 지표는 크게 바뀌지 않으며, 그 지표를 이루는 세부 지표의 가중치 정도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세부 지표들의 순위 자체는 늘 중요한 지표로 남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세부 지표를 하나씩 들여다 보고 그 지표들과 국가 경쟁력 순위 간의 상관관계를 보는 연구는 계속 시의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며, 불운하게도 또 이 과정에서 일부 지표만 확대 해석하여 정책 결정에 노이즈를 불러일으키는 왜곡 혹은 착시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에러가 된다.
최근에 공개된 IMD의 2019년판 WCY***를 보면 (참고로, IMD WCY는 19년도 데이터가 아닌 주로 17년도 혹은 일부는 18년도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함.),
***https://www.imd.org/.../world-competitiveness-ranking-2019/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 순위는 28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10년의 27위에 비해 떨어졌음은 물론, 가장 순위가 높았던 11-13 년도의 22위에 비해서도 꽤 많이 떨어진 순위를 보이고 있다. 다만, 09년부터 19년까지의 구간 동안 순위의 변동이 극심하지는 않았으며 대략 25위를 전후로 진동하는 양태의 순위 변동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거시적으로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경쟁력에 급격한 변동이 올 정도로 한국의 펀더멘털이 약한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이야기다. 즉, 워낙 한국이 글로벌 밸류 체인에 깊숙이 관여한 제조업 + 지식산업 위주의 선진국이 되었다 보니, 세계 경제의 호재 혹은 악재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 감내할 수준에서 펀더멘털이 그 변동에 대한 buffer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한국의 GDP가 10위권 근처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GDP 순위에 비해 훨씬 낮은 것에 충격을 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두 번째 그림에 나온 것 같이, 일부 세부 분야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MD의 국가 경쟁력 산정 지표는 크게 네 개인데, 그것은 경제 성과 (Economic performance), 정부 효율성 (Government Efficiency), 기업 효율성 (Business Efficiency), 그리고 기반 시설 수준 (Infrastructure)인데, 이 중 종합 경쟁력 순위보다 하위 순위를 보이는 지표는 주로, 앞의 세 가지 지표다. 예를 들어, 두 번째 첨부한 그림을 보면, 경제 성과 면에서는 국제 무역 관련 지표가 45위, 물가 지수가 53위를 보이고 있으며, 정부 효율성 면에서는, 정부 기관 자체의 조직 특성이 33위, 기업 제도 수준이 50위, 사회적 틀이 39위를 보이고 있다. 기업 효율면에서도 생산성, 노동 시장, 금융 시스템 등이 낮은 순위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경영 시스템의 수준은 47위로서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순위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세 부분의 순위가 30-40위권, 심지어 일부는 50위를 보이고 있는 환경에서도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30위 권 이내로 선방을 하고 있는 것은, 마지막 지표에서 상위권 경쟁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마지막 지표인 사회 기반 시설 중, 기본 인프라는 23위, 기술 인프라는 22위, 그리고 과학 인프라는 3위라는 놀라운 상위권 순위를 보이고 있다. 다른 기반 시설, 예를 들어 보건환경 시설이 32위, 교육 기반 시설이 30위라는 사실을 놓고 보면, 기반 시설 측면에서도, 특히 과학과 기술 인프라의 경쟁력이 높은 것이 종합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이 쳐지는 것을 방어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가 경쟁력 순위와 과학기술 경쟁력 순위의 상관관계는 꽤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물론 단순한 통계적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좀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2013년에 발간된 STEPI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과학기술 및 ICT 분야의 국가경쟁력 지수 비교 연구'라는 제하의 정책 보고서를 살펴보면, 세 번째 및 네 번째 첨부한 그림처럼, 국가 경쟁력 순위에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지표는 정부와 기업의 R&D 투자 규모와 인력 규모, 인구 당 특허건수와 첨단기술 제품의 수출액, 과학기술논문 수, 기업 요구에 대한 통신기술 충족도 등의 세부 지표들이며, 이들은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업체의 R&D 비용과 인력, 논문 수와 통신기술 충족도가 그중에서도 0.6 내외의 상관계수를 이며 상위권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즉, 종합적으로 이야기하면,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정부와 기업의 R&D 투자, 그리고 인력의 안정적인 충원과 학문적 측면에서의 과학기술 연구력 증진, 기술적 측면에서의 지재권 확보 노력, 나름 발달한 ICT 인프라 기반의 빠른 정보 교환 시스템 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과학기술 인프라 순위가 언제까지 상위권에서 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를 떠받쳐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 다섯 번째 첨부한 그림에서 보듯, 과학 인프라 순위는 여전히 10위권 이내 (2019년은 3위까지 상승)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술 인프라 순위는 2014년 8위을 정점으로,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2019년은 22위), 이는 기업의 혁신역량과 지재권의 보호 수준이 점점 하위권 순위로 쳐지는 것, 그리고 과학연구 관련 법률이 혁신을 지원하는 정도와 연구자가 국가에 매력을 느끼는 정도가 점점 하락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즉, 기업의 혁신 역량 강화 + 지재권 보호 같은 제도적 보완 및 서포트, 연구자들에 대한 대우와 안정적 연구 환경 조성이 법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과학과 기술 인프라가 만들어 놓은 펀더멘털은 중장기적으로는 약해질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여전히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 비율 (4.2%)은 이스라엘 (4.3%)에 이어 세계 2위고, 연구개발인력도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영향과 각 대학의 이공계 정원 확대에 힘입어 꾸준히 확충되고 있으며, 당분간 이러한 투자 덕분에 과학기술논문 수, nature index 같은 논문 퀄리티 지수, 특허 출원 및 등록 같은 정량적 지표로 방어되는 순위는 변동이 크게 없겠지만, 앞서 언급한 부분에 대한 제도적 보완 및 실질적인 지원이 불충분하다면, 정량적 지표 역시 약해질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실제로, IMD와 더불어 국가 경쟁력 순위 산정 레퍼런스로 많이 인용되는 세계경제포럼 (WEF)의 연간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 순위는 15위인데, 물론 이 순위는 IMD의 순위보다 다소 높게 측정된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밑바탕이 되는 혁신 생태계의 경쟁력 수준은 미국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다섯 번째 그림 참고). 이에 대해 WEF의 보고서를 인용하자면,
"The Republic of Korea ranks 15th overall (78), up two ranks compared with the 2017 backcast edition, and sixth in the East Asia and the Pacific region. The country leads the ICT adoption pillar, boasting some of the world’s highest penetration rates of ICTs. A global innovation powerhouse, Korea ranks 8th on the Innovation pillar. Notably, it spends the equivalent of 4.2% of GDP on R&D spending, second only to Israel (4.3%). But like some of its regional peers, Korea struggles on the less tangible drivers of innovation: critical thinking (35.5, 90th), interaction and diversity (54.5, 80th) and entrepreneurial and corporate cultures (51.3, 50th). Within this last component, Korea ranks 77th for entrepreneurial risk-taking and 88th for employee empowerment. Korea’s two weakest pillars are Product market (56.2, 67th), mostly due to the lack of domestic competition, and Labour market (62.4, 48th), due to its rigidity and sub-optimal utilization of human capital."
라고 하고 있다. 즉,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성은 ICT 환경이나 R&D 규모에서는 비교적 상위권 경쟁력이 있으나, 혁신의 바탕이 되는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문화 (즉, 비판과 반박, 논리적 토론 및 잘못 지적, 의심과 재현성 점검 등..), 상호작용과 다양성, 기업 문화, 사업의 위험 감내성, 그리고 근로자의 권익 신장에서는 하위권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IMD와 WEF 국가 경쟁력 보고서를 바탕으로 판단하면, 한국의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 확보 및 순위 상승은 결국,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특히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투자 및 연구 성과가 기업화로 이어지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 자체의 혁신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는 2016년 한국 과학기술기획평가원 (KISTEP)이 2016년 발간한 '한-중-일 과학기술경쟁력 지수 분석'이라는 제하의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여섯 번째 첨부한 그림에서 보듯, 한국이 일본에 비해 과학기술 인프라 경쟁력 부문 중,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연구자가 국가에 매력을 느끼는 정도', '지재권의 보호 정도', '과학연구 법률 혁신 지원 정도', '기술 개발 및 응용에 대한 법적 환경', '기업 간 기술 협력 정도', '숙련된 엔지니어 공급 수준', '기술개발자금의 충분성', '과학기술인력 확보 정도'가 보이는데, 이 점은 과학기술 관련 정책 결정권자 및 실무 담당자들이 체계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숙련된 엔지니어의 공급, 과학기술인력의 확보, 연구자의 국가에 대한 매력 정도 등의 지표는, 하루아침에 얻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한 달 만에 전략을 만든다든지, 현업과 별 관련 없는 사람들 잔뜩 모아서 공청회나 열어서 보고서나 쓰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기존의 관행은 과감하게 버리고, 조금 더 현실적인 고민을 현장의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더 폭넓게 취합해야 한다. 특히, 일곱 번째 첨부한 그래프처럼, 일본에 비해 한참 뒤처지는 '과학기술인력 확보 정도'의 순위는 최근 과학기술력으로 '극일'을 외치는 한국의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숫자로만 기억해야 할 순위가 아닌, '연구자가 국가에 매력을 느끼는 정도'와 '과학기술인력의 숙련화' 측면에서 기억해야 할 순위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실무적으로는 안정된 연구 환경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법-제도 환경 정비와 한 우물만 파고들어도 기다려 줄 수 있는 연구개발 문화 정착, 기초학문에 대한 연구비 지원 확대 (규모와 과제 개수), 국가 과제에 대한 성실 실패 용인, 과도한 연구비 행정 체계의 더 확실한 개선, 논문의 개수가 아닌 업계의 동료가 평가하는 임팩트 평가로의 평가 제도 개선, 1년 단위가 아닌, 3-5년 단위의 중장기 평가 제도 및 중간 평가 제도 도입, 연구실 독점이 아닌 기관이 서포트하는 코어 퍼실리티 확보, 주니어급 연구자들의 정착을 도와줄 장기간의 풀뿌리 과학을 위한 과제 증강, 대학원생에 대한 등록금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2020년대 중반부터 인구 감소가 예정되어 있는 나라다. 사회는 점점 늙어 갈 것이고, 출산율은 당분간 전 세계 최하위를 못 벗어날 것이다. 주변국들은 계속 경제력과 군비를 증강하고 있으며, 딱히 한국에 호의적인 나라가 없는 이 엄중한 국제 환경에서, 한국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당분간은 과학기술력의 증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중심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연구 인력의 소중함을 사회가 인정하고, 파일럿 한 사람을 키우는데 몇 십억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상식이 되는 것처럼, 일정한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가진 연구인 한 사람을 키우는데 사회적으로 비싼 투자를 감내해야 함을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하며, 인력의 재개발과 재교육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경쟁력은 그들의 연구개발 투자와 인력 양성 추이로 보아, 그리고, 국가적으로도 과학기술에 대한 중시 문화가 상승세인 것으로 보아, 앞으로 당분간 계속 높아질 것이며, 일본 역시, 국력이 쇠퇴하는 과정에 놓여 있지만, 그래도 이미 잡아 놓은 과학기술선진국이라는 고지대의 유리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전히 국가와 기업 단위의 연구개발 투자의 고삐를 놓지 않을 것이다. 세계와 경쟁하기에 앞서, 한국의 과학기술경쟁은 결국 이 두 나라 사이에서 치이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며 내공을 기를 수 있는 차원에서 결코 국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 안 되며, 다시 강조하지만, 그 핵심은 연구개발인력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제도와 법령 정비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근에 있었던 일본의 대한 첨단기술 관련 부품 및 소재 수출 제한 사태가 언제 또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며, 중국 역시 언제든 사드 보복 같은 이벤트를 핑계로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경제 펀더멘털에 방해 요소를 만들 가능성이 늘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점점 엄중해지는 국제적 환경 속에 적어도 강소국 이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답은 과학기술력 확보 밖에는 없다. 적어도 국가 경쟁력이 지금보다 나빠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