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먹다가 큰딸이 묻는다.
"한국에서 태어난 닭이 중국 가서 치킨 되면 국산일까? 중국산일까?"
원산지 개념이 필요한 질문이다.
되는 대로지만 이렇게 답해줬다.
"서해 바다에 사는 조기를 한국어부가 잡으면 국산이고 중국어부가 잡으면 중국산이니까, 그 닭도 중국산 아닐까?"
'현문 - 되는대로 답'에 등장한 조기는 다음날 저녁 식탁에 올랐다.
말 나온 김에 조기가 생각나 시장에 들렀던 것이다.
금어기가 끝난 오징어가 크기에 따라 세 마리 만원, 네 마리 만원이고 꽁치는 언제부터인가 대만산이라는 명패만 달고 있었다.
"조기 좀 주세요. 구워 먹게요"
생선가게 사장님은 가위로 지느러미와 꼬리를 자르고 칼로 비늘을 쓱쓱 벗겨 내고 물에 씻어서 굵은 소금을 뿌린 채 주셨다. 다섯 마리 만원이다.들고 오는 내내 "왜 내장은 빼지 않고 주는걸까?"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조기를 구워도 내장을 먹지는 않는데 말이다.
갈치는 내장을 빼고 손질해 준다. 고등어도 그렇다. 그럼 어떤 경우에 내장을 빼지 않고 줄까 생각해보니 큰 생선의 경우 대체로 내장을 빼고 주었다. 작은 생선도 머리를 떼거나 배를 갈라 몸통을 펴서 줄때는 빼고 주었다. 결론은 작은 생선을 머리 붙인 채 줄 때는 내장을 빼지 않고 주는 것이었다. 손질의 번거로움 때문이다. 머리를 둔 채로도 손질이 쉬우면 내장을 빼기도 하지만 그것이 번거로운 일이 되면 그대로 둔다. 횟집에서 나오는 꽁치구이도 내장을 그대로 두지 않던가?
사소한 의구심에 내 마음대로 답을 내고는 조기를 굽는다. 다섯 마리 모두 꺼내어 혹시 비늘이 덜 제거되었을까 칼로 한번 더 긁었다. 키친타올로 물기를 제거하고 앞뒤로 소금을 뿌려 두었다. 후라이팬을 중불에 2분간 달구고 식용유를 둘렀다. 네 마리는 가로 방향으로 나란이 누이고 자리가 좁아 한 마리는 세로로 놓았다. 골고루 익으라고 뚜껑을 덮었다. 뚜껑에 수증기가 맺혀 후라이팬에 떨어지면 기름이 튀니까 키친타올을 한 장 여러 번 접어 뚜껑 한 쪽 귀퉁이에 물려 두었다.
아랫쪽이 노름하게 구워졌을 때 한 번 뒤집는다. 뒤집을 때 안 사실은 조기 살은 아주 쉽게 부서진다는 것이다. 절대 젓가락을 사용하지 말고 넓은 부침개용 뒤집개를 사용해야 한다.
문득 생각이 스친다.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온전한 몸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도 이 정도로 잘 부서지는데, 내장을 제거해버리고 배가 갈라져 있다면 훨씬 더 많이 부서지지 않았을까?"
조기 뒤집다가 무리한 철학을 덧붙여 본다.
살이 무르고 부서지기 쉬운 조기는 몸의 90%가 넘는 살을 보존하기 위해 10%도 안되는 내장을 버리기 보다 안고 가는 것이다. 먹지 않는 내장이라고 떼어내 버리면 굽는 과정에서 먹을 수 있는 살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고 형체도 망가진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한 가지를 고치려 상대에게 충고를 즐기다가는 사람 자체를 잃을 수 있다. 아홉 가지 장점은 눈에 보이지 않고 한 가지 단점은 쉽게 보이는 게 인간이다. 그 한 가지도 내 기준의 단점이지만 말이다. 나는 아내에게 절대 충고하지 않는다. 아홉 가지를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