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눈동자

생각하는 동물

by 글마루

사진을 정리하다가

강아지 사진에 눈이 머문다

삼 개월쯤 된 아담한 몸집으로

쫑긋 세운 귀, 통통한 발, 까만 입술,

새까만 눈빛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사진을 확대해 반짝이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니

눈부처 속에 내가 있다

원초적인 욕구보다

인간의 이기심에서 태어난 생명

저 시무룩한 표정은 다 안다는 듯

물끄러미 렌즈를 응시하고

슬픔과 두려움이 뒤섞인 눈동자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심정을 읽는다

이젠 다 자라

옛 모습 찾을 수 없지만

주인만 짝사랑하는 집순이가 되었다.



사람처럼 언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동물들도 그들만의 기호체계가 있다. 또한 감정이 있다. 사람처럼 활짝 웃거나 울지는 못하지만 그들에게도 웃음이 있고 슬픔이 있고 두려움이 있다. 강아지의 눈을 보면 그 속에 마음이 들여다 보인다. 누가 시키지도 않건만 겉으로는 제 어미보다 사람을 더 잘 따른다. 먹이를 주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사람에게 의지하는 강아지를 보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움이 든다.


사람보다 짧은 생애,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모르듯 그들도 미래를 모르고 살아간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다 읽어내지 못할 뿐, 그들은 하루 종일 집을 지키며 심심하고, 지루하고, 무섭고, 두려운 시간을 견딘다. 사람의 안전을 위해 평생 사슬에 묶여 살아야만 하는 그들은 목숨줄이 사람에게 달려있다. 폭력적인 주인을 만나면 한 번씩 걷어차이고, 목이 졸리고, 머리를 맞으면서도 복종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얼마나 좌절하고 막막할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들의 삶이 가엾고도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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