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닷근

by 글마루

고추 닷 근 머리에 이고

남산만 한 배를 가릴 새도 없이

꽁지를 내빼는 버스를 향해

뒤뚱거리며 뛰는 어머니

저 버스 놓치면

고추 팔기는 글러 버렸네

고추 판 돈은

다섯 강아지들 차비

오늘은 고추 닷 근

내일은 무얼 팔까?

꼬깃꼬깃 접은 종잇장은

다음 날 아침이면

바짝 마른 낙엽처럼 바스러지는데

찬바람 홰홰 휘감는 서까래엔

시커먼 그을음이 새끼를 치고

없는 집에 늘어나는 건

제비 새끼 같은 자식들,

새끼에 새끼를 치는 빚,

돌덩이 같은 배를 추스를 새도 없이

덜컹거리며 떠나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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