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에 그리고 보고 난 후에 함께 간 사람과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감상평을 나누면서 이번 영화는 재미있다 또는 볼만하다 정도로 결론짓곤 했었다. 대학생 때 한두 번 혼자 집 앞 영화관에 간 것 말고는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봤다.
휴직을 하고 나니 시간이 많은 평일에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같이 영화 볼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아침 8시, 출근하기 위해 바삐 걸어가는 직장인들과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는 내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감상평을 나눌 친구가 없어 나 스스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번 영화는 행동보다는 전략이 돋보이는 영화였고 박진감은 좀 부족했고..' 여러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휴직을 하고 나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밥을 먹을 때도 카페에 갈 때도 영화를 보러 갈 때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회사 다닐 때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여서 말이 끊이지 않았고 정적이 싫어서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고 후회하곤 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그동안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 왔던 말들을 머릿속에서 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말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책에서 혼자 걸으면서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내용을 종종 봤었다. 그런데 회사 다닐 때는 하루 종일 누군가와 함께하기에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어려웠고 회사 일에 지쳐 사색이 아닌 핸드폰을 하면서 남은 시간을 죽였다.
이제 평일에 함께할 사람이 없어 강제로라도 혼자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데카르트가 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을 했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예전에 엄마가 '너는 생각이 있니?'라는 질문을 나에게 왜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흘러가는 상황에 나를 같이 흘려보내지 않고 중심을 잡고 서 있기 위해서 생각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인생의 어디쯤에 와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등등 홀로 생각하면서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생각을 통해 답을 찾으면서 주관이 뚜렷해지고 정체성이 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가끔 지인을 만나 대화할 때도 혼자 생각했던 소재를 던지며 대화 속에서 생각의 씨앗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나를 발견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지금 치열하게 생각해보고 회사로 돌아간 후에는 일부러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삶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