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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Oct 06. 2022

199 삶의 마지노선

보라 장차 한 왕이 공의로 통치할 것이요 방백들이 정의로 다스릴 것이며 또 그 사람은 광풍을 피하는 곳, 폭우를 가리는 곳 같을 것이며 마른땅에 냇물 같을 것이며 곤비한 땅에 큰 바위 그늘 같으리니 (이사야 32:1-2)


'마지노선'은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최후의 방어선을 의미한다. 

이 말은 프랑스의 국방 장관 앙드레 마지노의 제안으로 1927년부터 1936년까지 무려 10년에 걸쳐 건설된 대형 요새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쓰라린 패배를 경험한 프랑스는 튼튼한 방어벽 구축만이 자국을 지키는 전략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프랑스는 160억 프랑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들여 난공불락의 장벽을 구축하고 이 마지노 요새야말로 완벽한 방어막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1940년 독일은 프랑스 침공 33일 만에 수도 파리를 점령했다. 독일의 전차부대가 벨기에로 우회하여 프랑스로 들어감으로써 마지노 요새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방어막은 없다. 

원수 마귀가 우리를 넘어뜨리려 하고 인생의 문제들이 태풍처럼 몰아칠 때 우리가 피할 곳은 어디일까? 

오늘 본문은 공의와 정의로 통치하시는 왕이 "광풍을 피하는 곳, 폭우를 가리는 곳"과 같다고 말씀한다. 

이 왕은 장차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우리의 진정한 피난처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시다. 마지노 요새처럼 결국 무용지물이 될 세상의 물질, 명예, 권력을 의지하지 말고 예수님을 의지하여 안전하게 거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원한다. 


<감사QT365>중에서

 

비대면 면회는 어제가 마지막! 우리의 마이크 대화를 기념하기 위해.

엄마의 회복이 믿어지지 않는다. 

의사들이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여러 번 말했고, 

기도를 하면서도 지금처럼 엄마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의사선생이 그러더라. 딸이 기다리잖아요. 일어나서 집에 가셔야죠. 그래서 내가 일어날 겁니다. 아멘~을 했다."


마이크에 대고 엄마가 말씀을 하시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잘 들렸다. 

엄청난 변화다.

연하 검사에서 물을 못 넘겨서 계속 연하제를 타서 식사를 하셨는데, 최근에는 물을 수저로 떠서 조금씩 넘기신다고 한다. 

제발 따뜻한 보리차 한 모금만 먹게 해달라고 중환자실에서 신음을 하셨던 엄마였는데. 

누룽지도 물김치도 꿀떡꿀떡 삼키실 수 있단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며, 기적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된다.   


지금 엄마는 미수(米壽). 88세다.

간단한 국내여행으로 팔순잔치를 하면서, 88세 때는 꼭 비행기 타고 멀리 여행 가자고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 다니며 병실 여행을 하고 계신다. 

빨리 집으로 돌아오는 게 소원이 돼버린 것이다.  

옛말에 부모님은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딱 맞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건강하실 때 효도하라고, 볼 때마다 얘기한다. 

안 그럼 나같이 후회한다고! 


"글 쓰는데 집중력이 흐트러지니까, 제발 전화 좀 하지 마. 나 너무 바빠!"


라며 싸가지없게 전화를 끊었던 때가 엊그제 같다. (그 철없던 시절을 매우 반성중) 

그렇다고 내가 계획했던 대로 진행이 됐나? 전혀.... 

내 손엔 지금 잡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마지노선이 있다는 걸 몸으로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엄마? 엄마 지금 뭐하셔?" 

"말 시키지 마. 집중이 안되잖아. 나 지금 너무 바쁘다!"


지난번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는데. 

엄마가 날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뭔가를 쓰고 계셨다. 

핸드폰으로 예배드리면서, 말씀을 기억하려고 집중해서 메모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전화를 하는 바람에 

설교 유튜브가 끊겼다고, 얼른 전화를 끊으라고 하셨다. 하하하하.


미안하다고, 하던 거 마저 하시라고 통화를 마쳤는데. 

예전의 나와 엄마의 관계가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 너무 좋았다.  

엄마의 글씨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엄마와 설교를 듣고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다는 것,

받은 은혜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 




언제나 나는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의 "마지노선"을 그려놓고 살았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시간낭비라는 걸 이제 깨닫고 있다. 

비록 엄마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시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고, 깨닫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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