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34 알을 깨고 나오는 새처럼
후배 한 명이 이번달까지 근무 후 퇴직한다고 했다. 건강이 안 좋아져서 회복코자 퇴사하기로 결정이 났다 했다. 내 성향 상 친근하고 다정한 성격이 아니기에 후배의 소식을 듣고도 무덤덤,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날이 다가올수록 이제는 더 이상 같이 일을 할 수도, 보는 것도 쉽지 않음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그 후배는 사고 자체가 현실적인 나와는 달라 항상 엉뚱하단 생각이 들게 말과 행동을 해서 나에게 핀잔과 나무람을 들은 적이 몇 번 있었다.
그저 MBTI 성향이 달랐을 뿐, 후배는 N형 중에 N형이기에 상상력이 뛰어났고, 나는 현실을 직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느 누구도 맞고 틀린 게 아닌, 그저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나의 방법을 고수하며, 조금이라도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아마 꼰대 중의 꼰대, 젊은 꼰대였지 싶다. 나 스스로도 잘 알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건 나를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쉽지 않았다.
점점 떠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머릿속에는 두 가지 생각이 서로 싸워댔다. 후배가 그만두기 전엔 어찌 됐든 나의 진심을 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차피 그리 친하지도 않은데, 그만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는가, 그냥 내버려 두자는 생각.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둘만 마주하게 된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는 그만둔다는 소식을 들었단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해 나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고 결론은, 내가 가르치고 원했던 방법들을 전달할 때, 의도치 않게 강압 식이었거나, 힐난하는 식이었다면 본심은 그게 아니었을 거라고. 얼른 쾌차해서 건강하길 바란다고.
어떤 일이든 간에 방법이 고착화된다는 건 정말 위험하고, 발전가능성이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알을 깨고 나오는 새처럼 나의 생각이라는 틀을 깨고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나 나의 생각과 방법만이 맞다고 주장하는 순간부터, 문제는 시작되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후배가 가기 전 진심을 전달해서 후련했고, 내심 서운하기도 했다.
그저 이제는 나의 방법만이 맞다고, 옳다고 고집하는 것이 아닌, 한번쯤 다른 의견도 들어보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젠 내가 할 수 있는 건, 후배의 앞길과 건강을 위해 축복하고 응원하는 것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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