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인턴의 생존전략
언젠가부터 사회에 진출할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잠시 암담하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그 이유는 가장 햇볕이 좋은 낮에서 바깥 생활을 하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고 '회사'에서만 보내게 될까 두려워서였다. 물론 자신의 직무와 회사 여건에 따라 이동과 움직임이 필요한 일이 있겠지만, 만약 온종일 9 to 6의 시간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나를 상상하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옛말에 '엉덩이가 무거워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옛말이 아닌가, 어쨌든 학창시절에는 잊을만 하면 들어왔던 이야기다) 나는 이 말에 대해 반은 동의하고, 반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엉덩이가 무겁다는 것은 한 자리에 앉아 오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장점의 측면에서는 '몰입'의 조건이자 결과로 볼 수 있다. 단점으로는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고 한 곳에만 있어 때로 갈증과 싫증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만약 장점과 단점을 모두 취하는 전략이 있다면, '엉덩이를 무겁게+가볍게 모두 쓰기'라는 새로운 팁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적어도 1시간에 1번씩은 꼭 자리에 일어난다. 바깥 공기를 쐬거나, 아니면 최소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습관을 들였다. 지난 22-2학기 전공현장실습을 하였는데 그때도 근무를 하는 일정 속에서 꼭 1시간에 1번은 왔다갔다 하며 몸을 움직였다. 아마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저 친구는 물마시는 걸 좋아하네', 혹은 '화장실을 주기적으로 가네' 하며 느끼셨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남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나는 정해진 집중의 시간에는 도둑이 들어와도 모를 것처럼 몰입을 하였고 휴식시간은 칼같이 지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1시간에 1번씩 몸을 움직이는 생활은 사실 생존전략이다. 나의 경우 같은 자리에 앉아 억지로 생각을 쥐어짜내면 오히려 역효과를 발휘한다. 생각이 계속 기름처럼 고이고, 과감하고 단호한 결정을 미루게 된다. 여러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정한 속도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간중간의 '휴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1시간동안 업무에 초집중하고, 최소 5분-10분이라도 몸을 움직이거나 긴 호흡을 내쉬려고 노력하며 실천했다. 그럴때마다 뇌가 저절로 상쾌해지면서 다시금 집중할 수 있는 모드로 변했다.
어릴 적 두뇌 명상센터를 다니며 신체단련과 호흡을 습관으로 들인 적이 있다. 그때 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명언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1시간에 1번씩 일어나서 팔굽혀펴기를 해.
그러면 그 다음에 더 활기차지고 새롭게 몰입할 수 있거든!"
아무래도 현재 나의 신념도 '움직임'의 가치를 온전히 담고 있는 것 같다.그래서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좋아한다.
운동을 하고 나면 정신이 개운해지고, 땀을 흘리다보면 몸 안에 안 좋은 것들이 시원하게 빠져나는 느낌이 든다. 한강변을 달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감각이 선명하다. 자전거를 1시간쯤 열정적으로 타고나면 묵직해진 허벅지를 느끼고, 한강의 아름다운 경치와 운동의 조합을 모두 누렸다는 기쁨에 충만하다. 필라테스 수업을 하고 옷을 갈아입을 때, 조금 더 탄탄해진 몸매를 느끼며 뿌듯함과 자신감을 느낀다. 숨이 차오를 듯 댄스를 할 때는 마치 K팝 스타가 된 것마냥 의기양양해지고 온 몸에 엔돌핀이 돈다.
그렇게 건강한 몸을 느끼고, 만들고나면 정신이 더 또렷해진다. 무언가 깊이 해소된 느낌과 충만함으로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몸을 움직이고 나서 몰입을 하기가 더 쉬운 이유다. 정신을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운동과 움직임으로 불필요한 에너지와 기운을 뺐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강아지의 모든 문제도 ‘산책’을 통해 만사 해결된다는 이야기가 연상된다. 실제 생활에서도 500퍼센트 공감하는 바다. 우리집 반려견 뭉이가 하루동안 지칠 때까지 놀고나면 그날 저녁에는 소리소문 없이 꿈나라로 깊은 여행을 떠난다. 평소에는 집 내외의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산책과 놀이로 충분히 에너지를 발산한 날에는 잠잠하고 평온한 아기가 된다. 앞선 글 <부지런하고 민감한 사랑>에서도 언급했지만, 부지런한 사랑을 위해 부지런한 산책을 같이 나가는 입장으로서 함께 기분 좋은 피곤함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의 두 손, 두 발이 있는 이유, 강아지가 네 발이 있는 이유는 ‘움직임’을 위해서가 아닐까.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손과 발같은 신체기관 없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공간의 이동없이 같은 자리에 앉아서 눈,코,귀,입만 쓰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기 힘든 조건이다.
움직여야 감각을 부지런히 쓸 수 있게 되고, 세상의 다양한 감각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샘솟듯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1시간에 1번씩 일어나는 실천을 하고 있다. 건강 몸을 위한 좋은 습관이, 건강한 정신으로 이어지길 투명한 마음으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