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내린 첫눈이 이제 진짜 겨울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겨울이 오면 누구나 늘 떠올리는 것이 있다. 붕어빵 그리고 호떡. 어릴 적 붕어빵은 동네에서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간식이었다. 횡단보도나 정류장 쪽만 나가도 붕어빵을 굽는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계셔서 춥고 헛헛할 때 배를 채우기 딱이었다. 붕어빵 파시는 어르신이 양은주전자 속 반죽을 붕어빵 틀에 붓고 한 수저씩 팥소를 넣은 다음 붕어빵 틀을 차례로 뒤집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었다.
방금 반죽을 넣은 틀을 빙그르르 돌리고 반대쪽 틀을 열면 노릇 바삭하게 잘 구워진 붕어빵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종이봉투 안에 담긴 갓 구운 붕어빵을 품에 안으면 온기로 한번, 따뜻한 맛으로 한번 추위를 잠시 쫓아주었다.
출처 : 셔터스톡
날이 추워져 호떡 포장마차가 개시하는 시즌엔 시나몬향 은은한 호떡이 또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연기가 폴폴 나는 호떡은 속이 너무 뜨거워 간혹 데이기도 했지만 맛있으므로 그런 것쯤은 대수롭지 않았다. 어릴 적엔 동네 어딜 가든 흔했던 붕어빵, 호떡 포장마차인데 요즘은 찾기 쉽지 않다.
오죽하면 붕어빵 지도까지 커뮤니티나 SNS에서 공유된다. (세상엔 아직 따스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당근 동네지도에는 최근에 붕어빵 지도까지 업데이트됐는데 동네 주민들이 붕어빵 파는 포장마차 위치를 업데이트하고 서로 공유해서 동네 붕어빵 찾을 때 꽤 유용하다. 다행히 우리 동네는 붕세권(붕어빵을 파는 가게 주변에 사는 것)이다. 호세권이기도 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호떡은 호떡믹스가 흔해져서 집에서 만들어 먹은 적도 많으니 근처에 붕어빵 포장마차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 한다.
당근 붕어빵 지도
요즘 좋아하는 붕어빵 맛은 슈크림과 피자맛, 호떡맛인데 붕어빵의 근본은 팥이므로 팥도 빼먹지 않는다. 팥이냐 슈크림이냐 생각할 시간에 팥도 고르고 슈크림도 고르면 된다는 주의라 골고루 사서 맛본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우선 바삭한 꼬리 쪽부터. 팥소가 없는 꼬리 쪽을 먼저 먹으면 바삭하고 고소한 빵 맛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다. 머리 쪽부터 먹어도 되지만 가장 맛있는 팥소가 남아있는 부위로 마무리하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즐긴 다음 팥소가 들어있는 부분을 만나면 비로소 만족스러움이 서서히 차오른다. 추위가 이 맛을 북돋아주니 겨울도 붕어빵 맛에 한몫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한 입 더 먹는다. 올 겨울엔 겨울간식 포장마차들이 더 많이 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