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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Nov 22. 2017

겨울이 오기 전에

겨울이 오기 전에

겨울이 오기 전에/조성범


겨울이 오기 전에

골목 모퉁이에 앉아

점점 작아지는 햇살 토막토막 모아 뼈대 세우고

가끔 세차지는 바람을 동그랗게 말아 발통 삼아

작은 손수레를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종일 하루를 보내고 곤한 잠자고 일어나

젊음이 젊은 날인 줄 모르고 지내버렸던 아침들처럼

여전한 아침 바지런 떨어 손수레를 밀고

소란스러운 숲으로 가야겠다

당단풍, 개옻나무, 떡갈나무 저마다의 색으로 속삭여대는 잎들을  

하나하나 손수레 가득 종일 담아야겠다

붉음은 앞쪽으로

노란은 뒤쪽, 갈색 잎은 양옆에 가지런하게 쌓아야 할것이다


가을 잎 색색으로 수북하니 쌓인 손수레를 밀어

사거리 은행 앞 오가는 사람들에게 한 잎 한 잎 팔아

늘 지나치기만 했던 꽃집에 들러 꽃씨를 사야겠다

골목 끝 공터 햇살 잘 드는 담벼락 밑에

한 움큼 땅을 잘 골라 꽃씨를 뿌려놓고

긴 겨울 지나 봄이 와 꽃이 피면

봄이 봄인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꽃을 보라 말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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