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누가 그를 죽이려 했나

라이언 존스 감독. 나이브스 아웃

by 백승권

한 남자가 죽는다. 할란 트롬비(크리스토퍼 플러머), 80대 노인, 성공한 작가, 대저택과 출판사의 소유자, (그래서) 부자였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온 식구가 대대손손 모여 행복해 '보이는' 생일 파티를 마친 후였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자식들이 유산 상속의 지분을 노리며 성실하게 참여했는데... 죽다니. 경찰과 탐정이 출동하고 모두가 용의자가 된다. 현장에서 확인한 대로 자살로 처리하고 유산을 나누고 싶었지만 일단 각자의 알리바이가 필요했다. 모든 말들 속에 나는 무죄고 칼날은 서로를 겨누고 있었다. 할란이 모를 리 없었다. 경제적 부유함이 자식 세대들을 나태하고 탐욕적으로 키웠다는 것을. 하지만 할란은 이제 없었고 남은 건 범인 색출과 유산 분배였다. 게임이 시작된다.


이게 다 할란의 전지적 '작가'적 시점의 플랜이었다면 좋았겠지만, 할란은 더 이상 발언권이 없었다.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은 익명의 의뢰를 받았고 살인으로 단정 짓고 탐문을 시작한다. 마르타(아나 드 아르마스)는 할란의 간병인이었다. 거짓말을 하면 구토를 했다. 모든 식구가 참인지 거짓인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 와중에 마르타는 탐정의 레이더에서 제외된다. 의도된 제외였다. 마르타는 할란의 죽음에 가장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자였다. 아주 오랜 세월 할란의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다. 할란은 백인 탐욕자들 집 안에서 유일한 이민자인 마르타만 신뢰했다. 긴 세월 입증한 우정이 둘 사이에 온기로 서려 있었다. 가장 슬퍼한 사람도 마르타뿐이었다. 그 진심을 할란은 알았다. 그래서 자신의 친족과 싸웠다. 할란의 유산은 마르타에게 향해 있었다. 이게 변호사에 의해 밝혀지자 할란의 후손들은 일제히 분개한다. 백인 조상이 어디 이민자에게 유산을 줘! 우리 거야! 다 우리 거! 난리가 난다. 살인범 찾기와 유산 배분으로 마른 대저택이 보이지 않는 불길로 뒤덮인다. 한 명만 고요했다. 침묵의 할머니 와네타(케이 캘런)는 그날 유력 용의자를 보았다.


마르타는 사건의 중심이었지만 그 집의 최약자이기도 했다. 죽음의 전말이 밝혀졌을 때 할란의 피가 섞인 모든 백인은 그 집에 거할 자격을 법적으로 상실한다. 그들이 불법 이민자를 올려다볼 때 마르타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다 가진 자는 그저 존재하면 그만이었다. 평생을 상위 클래스로 살아온 백인들은 땅그지가 되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마르타는 지옥에서 온 심판자가 아니었다. 늘 그랬듯 마르타는 자신 만의 선택을 위해 다시 고민한다.


갑자기 내 인생이 10분밖에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할란은 이성적이고 지적이며 따스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은 벼락처럼 찾아온 게 아닌 그동안 누리고 받아온 배려와 감사의 총합이자 최후의 정산이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집중력을 총동원해 유일한 친구를 살리는데 모든 시간을 쓴다. 최후의 10분이 모든 것을 바꿨다. 할람은 진정 자기 인생의 승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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