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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Oct 06. 2021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일로 만난 사이

F. 게리 그레이 감독.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흑인들의 시작점엔 빛이 드물다.

태어난 곳은 흔히 저주로 묘사된다.

컴턴도 그중 하나였다.


이대로 자라면

시비 붙어 총 맞아 죽거나

마약 중독으로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음악은 비상구 문고리였다.

모든 출구가 천국은 아니었지만

컴턴에서 시체처럼 사느니

어디든 뛰쳐나가 뭐라도 해야 했다.


드레(코리 호킨스)는

프로듀싱 감각과 능력이 뛰어났다.

비트가 경전이자 심폐소생술이었다.

개인, 가족, 친구들을 먹여 살렸다.

이지(제이슨 미첼), 큐브(오시어 잭슨 주니어) 등과 힙합 그룹을 결성한다.

N.W.A (Niggaz Wit Attitudes)

미국 음악 역사의 거대한 총성이 울린다.


경찰을 겨냥한 선동적(현실적) 가사는

흑인 셀럽을 주시하던 백인 경찰을 자극하고

폭력적인 진압을 유도하고

N.W.A의 시대 저항 이미지 획득으로 선순환된다.

드레, 이지, 큐브는 아이콘이 된다.

어디든 파티, 여자, 마약, 총기가 뒤따른다.


무대는 언제나 용광로

관객은 언제나 사자후

계약서는 갈등의 도화선

매니저 개리(폴 지아마티)는 이지만 싸고돌았다.

이지와 개리 둘만 스테이크  

나머지는 햄버거만 씹어야 했다.

N.W.A가 비트 위에 시를 쓰는 동안

개리는 이익을 따로 챙기고 있었다.

개리를 향한 합리적 의심이 구체화되기 전

큐브는 팀을 나오고 솔로 앨범은 대박을 친다.


과거의 브라더에게 박수는 없었다.

N.W.A는 신곡을 통해 큐브를 디스하고

큐브는 맞대응하며 불판을 키운다.

드레도 새로운 계약으로 옮기지만

그곳엔 과거 컴턴의 무질서와 폭력이

썩은 시체처럼 나뒹굴고 있었다.

이지는 병들고 개리는 잘리고

쪼개진 별들이 가난한 추억을 그리워하며

재결합 분위기가 조성될 즈음

이지는 쓰러지고 HIV 양성 판정을 받는다.

짧은 생을 마감했고 더 이상 N.W.A는 없었다.

드레는 모든 이익을 포기하고

데스 로우를 나온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여기서 끝나고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소비되고 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뮤지션을

우상화시키지 않기란 어렵다.

영화는 그늘과 난장판을 미화하지 않는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스튜디오부터

새로운 열기를 만끽하는 무대 위까지

거친 가사와 불화, 명분 약한 폭력과

문란한 사생활을 통해

N.W.A의 정체성을 초연한 태도로 전시한다.


비즈니스란 말은 참 편리하다.

불행이 돈이 되고 돈이 관계를 형성할 때

비즈니스는 쌓인 돈을 나누기 위한

마법의 물약 같은 역할을 하며

더 가지려는 자들을 비호한다.

정당한 대가를 원하는 자들은 손해를 보고

아닌 자들은 노력 이상을 갈취한다.

음악은 개인적인 청취의 대상이 될 때

모든 걸 변화시킬 듯한 황홀한 촉진제가 되지만

비즈니스로 변할 때는 신뢰를 가르는 칼과

같이 지낸 시간을 파괴하는 총알이 된다.

N.W.A의 이야기도 다른 성공 신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궁핍을 벗어날 때가 가장 보기 좋았고

소유한 집과 차의 가격이 정점에 올랐을 때

가장 흉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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