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 마망, 아이가 죄책감을 느낄 때

셀린 시아마 감독. 쁘띠 마망

by 백승권

어린 넬리(조세판 산스)는 어린 마리옹(가브리엘 산스)과 함께 논다. 깔깔거리며 음식을 만들고 숲 속에 나무가지를 모아 커다란 집을 짓고 출렁이는 강물 위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으며 낯선 구조물 속으로 떠나기도 한다. 둘은 갑자기 만나 짧은 며칠을 보내고 헤어진다.


넬리는 할머니를 보내고 기분이 침잠했었다. 할머니의 지팡이를 챙길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넬리의 엄마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넬리 옆에서조차 침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고개와 눈빛은 늘 땅으로 떨어지고 깊은 그늘이 가시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할머니 집에서 짐을 정리하는 동안 넬리의 엄마는 먼저 집을 비우고 아빠와 남은 넬리는 숲에서 놀다가 마리옹을 만난다.


마리옹의 집은 넬리의 할머니 집과 같은 구조였다. 마리옹의 엄마는 넬리의 할머니처럼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마리옹은 낯선 곳에서 마주한 친구라기엔 넬리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웃음기와 멍함, 웃음과 달리기를 오가며 둘은 숲을 자신들만의 요새로 만들고 넬리는 마리옹에게 비밀을 이야기한다. 나는 너의 아이야. 마리옹은 엄마와 함께 병원으로 향하며 넬리와 헤어진다. 넬리는 할머니 집으로 돌아온다. 넬리와 마리옹의 대화 중 턱하고 걸리는 게 있었다.


엄만 자주 우울하거든 사는 게 별로인가봐

네 잘못은 아닐 거야

가끔 그런 거 같거든

너때문에 슬픈 건 아냐


아이들이 어른의 슬픔을 감지한다는 말은 인간이 동물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처럼 여겨진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게 진실이라는 걸 안다. 도로시가 태어난 후 나는 나의 감정이 쉽게 아이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는 모든 것을 보고 있고 알고 있으며 같이 느끼고 반응한다는 것을. 할머니가 먼곳으로 떠난 후 넬리의 엄마는 오래전부터 이어진 듯한 깊은 슬픔에서 제대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고 넬리의 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넬리는 엄마를 어쩌지 못했고 엄마 역시 자신의 감정을 어쩌지 못했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어른이 어둠에 휩싸여 있을 때 그 어둠은 곧 자신의 것, 아이의 어둠이 된다. 부모는 인간의 부피를 넘어선 아이가 시작된 곳이자 세계 그 자체이고 부모의 분위기가 곧 아이의 분위기가 된다. 말과 글을 통해 감정 표현을 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반응을 살피는 아이에게 부모는 가장 기댈 곳이자 사라질까봐 두려운 곳이 된다. 균열을 감지하면 불안을 느끼고 그 균열의 원인을 더듬다가 자신을 살피게 된다. 혹시 나 때문에 엄마가 슬픈 건 아닐까. 나는 뭔가 크게 잘못한 건 아닐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엄마가 나때문에 슬프다면 나는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아이 아닐까.


넬리와 마리옹과의 대화에서 나는 넬리의 불안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가 슬프면 아이는 슬픔의 원인 중 하나를 자신으로 지목한다. 넬리는 자신이 없으면 엄마가 덜 슬플까. 더이상 슬프지 않을까. 그럼 내가 없어져야 하는 걸까. 까지 고민했을 것이다. 도로시와 함께 지내며 내가 감지하고 터득한 감정의 일부이고 반응이며 마음이기도 했다. 보통은 주로 부모가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사랑을 쏟아부으며 아이를 걱정한다고 여기겠지만 아이도 부모를 걱정한다. 아이도 부모를 돌보고 아이도 부모에게 사랑을 표현할 많은 방법을 찾고 고민한다. 시간과 순간은 지나가고 넬리도 언젠가 서른 한살이 될 것이다. 그 나이에 엄마를 떠나 보낸 엄마의 맘을 이해하려 애쓸 것이다. 어린 엄마와 함께 지낸 비밀의 시간을 발설할지도 모른다. 그때 할머니가 된 마리옹은 어떻게 반응할까. 마리옹은 펑펑 울지도 모른다. 자신을 걱정했던 어린 넬리에게 미안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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