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1일
전날 밤 9시부터 금식을 하고 아내와 병원 가는 택시를 탔다. 수면 내시경은 보호자 동행 없이 불가라고 했다. 병원 1층의 모든 곳이 사람들과 침대로 혼잡했다. 키오스크로 수납을 마치고 문자로 안내받은 9층으로 갔다. 잠시 기다렸다가 이름이 불리고 스틱형 액체와 물에 가루를 타서 마셨다. 우엑. 옷을 갈아입었다. 탈의실에서 한동안 멍해졌다. 위내시경이라 상의만 갈아입어야 한다는 걸 떠올렸고 엉덩이 부위가 뚫린 환자복 하의를 내려놓았다. 다 입었을 즈음 어느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옷장 비밀키를 누르고 나왔다. 잠시 기다렸다가 이름이 불리고 침대에 누웠다. 아내가 병실 밖에서 서성거리며 검사 잘 받고 오라고 계속 손을 흔들어 줬다. 내 사랑. 수액 주입을 위해 링거 바늘을 손등에 꽂았다. 평생 그랬듯 혈관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고 수액이 혈관을 타고 주입되자 약간 시원해졌다. 누워 있어서 직접 보진 못했지만 다른 채혈이나 팔 주사 같은 경우는 보통 지켜보는 편이다. 내 몸에 바늘이 뚫고 들어와 피를 빼간다거나 약물이 들어오는 장면을 초근거리에서 목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고 여긴다. 통증이 수반되지만 기겁할 정도는 아니라서 또한 어차피 감당해야 하니까 감당하는 편이다. 눈을 질끈 감고 경직된 몸으로 현대 의학의 침투로를 차단하느니 흥미로운 경험의 일부로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아마 어릴 적 병원 신세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물론 피부에 들어간 링거 바늘을 고정시키기 위해 테이프를 붙이는 과정의 통증은 번거롭고 거슬린다. 불규칙적인 따끔함이 피부조직을 헤집는 느낌이 든다. 안내에 따라 옆으로 눕고 자세를 바꿨다. 시선이 천장에서 벽으로 이동했다. 고깃덩이가 된 기분. 침대를 옮겼다. 어지러울 테니 눈을 감으라고 했다. 다른 병실로 들어왔다. 목 마취를 위한 스프레이를 뿌렸다. 꿀꺽 삼키라고 했고 조금 쓸 거라고 했다. 입에 관을 물리고 코에 호스를 넣었다. 조금씩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라고 했다. 이전에 위 수면 내시경을 할 때는 (마치 영화에서처럼) 눈앞의 잔상이 점점 흐려지는 과정을 실감하고 싶어 했다. 실제 그러다가 마취가 되고 (과정을 마치고) 몽롱하게 깨어나기도 했다. 이번엔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할지 헤맸다. 입으로만 조금씩 들이마시고 내쉬다가 다시 코로 마시고 입으로 내쉬다가 서너 번 반복하고 눈을 뜨니 모든 과정이 끝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취 기운이 적게 남아있었다. 1층으로 내려와 잔여 수납을 하고 키오스크로 보험 청구를 했다. 택시를 타고 돌아오며 나는 출근을 위해 중간에서 내리고 아내는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검사 결과에 대한 상담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