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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살인범과 인신매매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브로커

by 백승권

부모가 버린 아기를 납치해서 다른 부부에게 넘긴다. 그 과정에서 돈을 받는다. 넘겨지지 않은 아이들은 모여서 넘겨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대로 자라서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아이들은 궁금해한다. 왜 친부모가 날 버렸을까. 버리고 왜 찾으러 오지 않았을까. 다른 부부에게 맡겨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과 다른 경우의 삶이 더 나아졌을까. 하지만 생각만으로 아무 영향도 아무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버려진 아기는 커서 버려진 아기를 넘기는 브로커가 된다. 넘기는 과정에서 돈을 받는다. 인신매매다.


어차피 친부모에게 버려져 차디찬 길바닥에서 죽었을 목숨 구해서 간절한 양육희망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거다...라는 스스로에게만 말할 수 있는 자기 합리화 같은 건 있다. 뒤쫓는 경찰도 알고 있다. 하지만 자기 합리화는 법 앞에서 소용없다. 수진(배두나)은 분노를 식히고 있다. 브로커 일당(송강호, 강동원) 현장 덮쳐서 현행범으로 다 싸잡아 넣을 각오로 못 먹고 못 씻고 못 자는 삶을 견딘다. (아마도 어릴 적) 버림받은 자의 복수심이 느껴진다. 소영(아이유)에게는 성매매 피해자, 살인 및 영아유기 가해자, 인신매매 동조자 등 다양한 타이틀이 붙는다. 아이유 밖에 안 보여서 이입이 쉽지 않았다. 이제 실제 상황이고 당사자가 있었더라도 스스로의 상황을 납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는 살인자와 납치 및 인신매매자들이 낡은 승합차를 타고 경찰에게 쫓기는 여정을 그린다. 그들은 서로를 보며 웃고 정답게 굴었지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끝날 때까지 정할 수 없었다.


소영이 일어나 창문을 열었을 때, 아기가 추울 텐데 열지 말지 라고 생각했다. 자동세차장에서 창문을 열고 거센 물줄기와 거품으로 차 안이 뒤범벅이 되었을 때 아기가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일 텐데 걱정이 들었다. 아기가 모든 여정에 함께하는데 어른들끼리 신나서 별 이야기 다 꺼내며 히죽거릴 때 아기의 귀를 막아주고 싶었다. 강동원이 아기를 들고 있을 때 아기의 목이 뒤로 심하게 꺾여서 아이고 어떻게 아기를 저렇게 안고 있냐... 걱정이 들었다. 저렇게 데리고 있다 넘긴 아이가 수백 명일 텐데 다들 괜찮을까 싶었다. 친부모는 아기를 버리고 인신매매단이 그 아기를 훔치고 아기를 원하는 새로운 어른들이 그 아기를 사이에 두고 흥정을 하고 800만 원부터 4천만 원까지 값을 매기고 아기는 자신이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는데 아무도 자신을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수진은 저런 인간들을 하나라도 더 처넣어서 악순환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었을 것이다. 저런 인간들이 납치하지 못한 아기들 중 일부는 자라서 성매매로 떠미는 조직에 들어가고 있었다.


감독은 범죄의 추악함을 어쩔 수 없는 인간들의 머뭇거림으로 덮고 있었다. 이게 겉보기에는 범죄지만 다들 맥락과 상황과 사정이 결합되어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성매매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라도 아빠 없는 아이로 태어날 수 있고 누구라도 아기를 버릴 수 있고 누구라도 아기를 납치할 수 있고 누구라도 아기가 불쌍하니까 지원자에게 돈 받고 팔 수도 있다고. 누구나 딱하고 불쌍하고 누구나 사연은 있어서 누구나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그리고 후반을 바닷가와 놀이터의 행복한 표정과 풍경으로 감싸 안는다. 아기는 아무 말하지 않았다. 아기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무 말하지 못하니까. 울고 싸고 꿈뻑거리고 웅얼거리며 표현할 뿐. 지금도 어디선가 찬 바닥에 버려진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버려진 아이들의 좀 더 낮은 가격을 문의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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