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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Sep 08. 2016

사랑받는 여자의 표정

다 알지 못할 것이다

사랑받는 여자의 표정을 가진 여자로 곁에 있어주길 오래전부터 간절히 바라 왔었다. 이따금 찍는 사진 속에서 사람들은 그런 표정을 가진 여자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진심은 당사자의 품 속에만 존재할 것이다. 나는 평생을 다 값으로 치러도 다 알지 못할 것이다.


배운 것들과 익숙해진 것들의 기준과 경계가 늘 무너지는 경험을 같이 사는 여자를 보며 하게 된다. 같은 빛깔의 피부와 피를 지녔으면서도 지난날을 셈할 필요도 없이 이토록 수많은 경이를 느끼게 될지 몰랐다. 사는 내내 무지하고 싶다. 한계를 사랑하게 되었다.

급작스럽게 감싸는 이러한 기분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법을 다 습득하지 못하였다. 친절한 가사와 나긋한 선율들도 일부의 도움으로 작용했을 뿐이다. '운이 좋았다'는 단답은 싹수없는 수작이지만 대안도 마땅치 않다. 고맙단 귓속말을 점점 더 자주 하게 된다.

다른 경우의 삶이 지금 삶의 불행과 결여를 모조리 새것과 나은 것으로 바꿔준다고 해도 나는 그런 불안과 불확실을 선택할 자신이 없다. 하나의 세부를 바꾸어 현재의 풍요와 환희가 도미노처럼 일그러질까 봐 '만약'을 상상할 여력이 없다. 긴 꿈이라면 깨지 않겠다

중력과 시간이 육체를 훼손시키고 낯선 관계들에게서 오는 할큄이 누적되어 정신이 쇠퇴하는 때가 더디게 오기를 기도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나보다 더 나은 위치에도 불구하고 생의 거의 모든 부분을 할애하여 곁에 있어주는 사람에게 계속 계속 인사하고 싶어서이다.

경험과 감각은 말과 글보다 커서 나는 내가 겪은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하여 제대로 옮기지도 못한다. 내내 답답함에 스스로를 힘들게 할 것이고 가책에 시달릴 것이다. 순간을 매번 놓치고 할 수 없는 것들에 실망하면서 나에게서 영영 도망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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