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오늘은 더 고요해요.
자정은 17분 남았고
모든 불은 꺼져 있고
나는 글을 씁니다.
방금 엘르 3월호를 봤어요.
매우 늦은 저녁을 먹었어요.
과자도 한 봉지 먹었어요.
그전에 체중을 재어봤는데
20년 사이 최저 몸무게 정도로 추정됩니다.
제 몸에 그렇게 낮은 숫자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오늘도 좀 회의가 많은 날이었죠.
에너지 소모가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아마 부피가 줄어들었나 봅니다.
옥상에서 당장 누굴 밀어버리거나
차라리 내가 떨어지고 말지 정도의
스트레스가 아니더라도
체중 감소는 스트레스에 대한 몸의 반응 같아요.
길고 복잡한 일과 일 같지도 않은 일과 일을 겪으며
꾸준한 체중 감소가 처음은 아닙니다.
커피를 방금 한잔 더 마셨어요.
오늘 아마 1100ml 정도 마셨을 겁니다.
톨사이즈 세 잔 정도.
어차피 늦은 시간 뭐를 좀 많이 먹기도 했고
나른하면서도 약간 각성 상태이기도 해요.
밤에 정신이 맑은 느낌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글을 좀 더 오래 쓸 수 있어서.
최근 몇 차례 쓰다가
졸음을 못 이겨 멈춘 적이 있어요.
피로한 육체에 짓눌려 생각이
글이 되지 못하는 슬픔을
현생 인류 중 얼마나 알까요.
글이 꼭 완성도를 갖춘 결과물로서
기능할 필요는 없겠죠.
그리고 방금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의
뭔가가 몰려왔어요.
딱 여기까지만 맑은 정신이라는 게 아쉬워요.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