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며 달을 보고 있어.
구름에 반쯤 가려지고 흐릿해.
끝이 떠오르면 늘 맘이 바빠.
더 하지 못한 말과
더 표현 못한 맘이 있을까 봐.
겁이 많고 연약하지.
그래서 다시 뭐라도 쓰고
그래서 다시 생각을 쏟아
한때는 서열을 나눴지.
지금도 아닌 건 아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긴 해.
우리가 우리에게 한마디를 나누기 위해
우리가 우리에게 얼마나 망설이고 있을까.
그렇게 사라지는 말틈 사이로
살아남은 말들은 얼마나 대단할까.
우리는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몰라.
우리는 어떤 말이 유언이 될지 몰라.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르는 말들만 떠드는 삶 속에서
우리는 잠시 살아있는 동안 아낌없이 소곤거리자.
우리의 끝이 세상의 끝이 될지
세상의 끝이 우리의 끝이 될지 둘 다 일지 아니면
우리의 끝은 그저 우리의 끝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언젠가 끝날테니까
신체의 생물학적 종결과
심리의 속절없는 최후 앞에서
우리도 언젠가 끝날테니까
우리가 우리가 아니던 시절처럼
우리도 언젠가 세상에 없는 이름이 될 테니까.
우리 그때까지만 잘 지내.
그때가 오지 않기만을 바란다는
농담이라도 하며.
농담이 유언이 될지도 모른다는
유언이라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