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세계를 대하는 태도
시작점은 모르겠어요
일단 개인이라고 하죠
각자의 뇌가 위치한
개별적 장소의 의미로.
겉 부분은 피와 뼈와 살이 있어요.
쉽게 인간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영문도 모르고 태어나
겹겹이 혼란을 겪으며 시간이 지나면
고정된 관점과 의견이 형성됩니다.
세계관이라고 하죠.
세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
인간과 인간이
시간과 공간 안에서 섞이는 건
세계관과 세계관이 섞이는 거죠.
마주하고 대화하고
고민하고 움직이고
서로의 세계관이 섞이며
다음 차례의 시간 공간 결과물로 넘어가려고
보이고 보이지 않는 난리가 일어납니다.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 노력, 정성이 전제된다면
충돌은 천국을 축조하기도 하지만
아니라면
전쟁 비극 희생 분열 파멸 후유증이
따라오기도 합니다.
미디어의 세뇌와 개조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너는 다른 이미지가 의식에 개입하는 순간을
이따금 겪었어.
주로 시각적으로
두 개의 현실을
같은 시간대에서 겪는.
기억조작이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
내 안에 다른 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스스로에 대한 의식이 이뤄졌던 초반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거야.
두 개 이상의 나에 대해서
어렴풋이나마 경험 및 인정하고 있었던 겁니다.
또 다른 나의 세계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
혹시 내가
활성화되는 나와 내재되어 있는
또 다른 내가 격돌하게 되어
수많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환경과 타인은 내게 어떤 적의도 없는데
내 안의 서로 다른 세계관들이
각자의 주장을 굽히지 않느라
거기에 따라 환경과 타인에 대한 관점과 반응이
시시각각 영향을 받고 결국 나의 본체에게도
본체가 지닌 정신에게도
정신을 지배하는 기분에게도
기분을 지배하는 감정에게도
감정을 지배하는 판단에게도
판단을 지배하는 신경에게도
신경을 지배하는 감각에게도
감각을 지배하는 경험에게도
경험을 지배하는 시간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요.
내가 내 안의 나를 못 견뎌서 이러고 있는 걸까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다고 여긴 세계와
내가 지금 해석하고 있는 세계가 다를 때
그 차이에서 균열을 일으키며
발작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요.
답이 없겠죠.
문제가 아니니까
잠시 다른 스위치가 눌린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꺼지면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