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세무라 아키라를 들으며

by 백승권

어차피 우주의 일부분


우리는 사라져 언젠가

그렇게 되자고 맹세하지 않아도

언젠가 숨이 멈춰. 먼지가 되어

날아가 흩어져 우리가 모르는 곳으로

먼지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때 미안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나

그날 내가 심했어라고 말할 수 있나

너무 고마워 정말이라고 말할 수 있나

그때 정말 재밌었는데라고 말할 수 있나

함께 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할 수 있나

모든 순간 최고였어라고 말할 수 있나

행복했어 그곳에서 라고 말할 수 있나

먼지는 말할 수 없어

먼지는 먼지라서 자각도 존재도 의식도 없어

대화도 소리도 생명도 느낌도 과거도 없어

바람에 날려서 더 작은 먼지가 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보다 더 작은

분자가 되어 원소보다 더 작은 원소가 되어...

뭐라도 되기나 할까 될 수도 없을 텐데

먼지는 아무것도 아니라서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모를 만큼

먼지는 아무것도 아니라서

없어.

끝이야.

블랙홀에서 일그러지는 시공간에 있든

평행우주의 핵전쟁에서 활활 타오르든

먼지는 없어. 없어져.

우리처럼.

예외 없이.

그리워도 소용없어.

사라져. 언젠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