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주의 일부분
우리는 사라져 언젠가
그렇게 되자고 맹세하지 않아도
언젠가 숨이 멈춰. 먼지가 되어
날아가 흩어져 우리가 모르는 곳으로
먼지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때 미안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나
그날 내가 심했어라고 말할 수 있나
너무 고마워 정말이라고 말할 수 있나
그때 정말 재밌었는데라고 말할 수 있나
함께 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할 수 있나
모든 순간 최고였어라고 말할 수 있나
행복했어 그곳에서 라고 말할 수 있나
먼지는 말할 수 없어
먼지는 먼지라서 자각도 존재도 의식도 없어
대화도 소리도 생명도 느낌도 과거도 없어
바람에 날려서 더 작은 먼지가 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보다 더 작은
분자가 되어 원소보다 더 작은 원소가 되어...
뭐라도 되기나 할까 될 수도 없을 텐데
먼지는 아무것도 아니라서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모를 만큼
먼지는 아무것도 아니라서
없어.
끝이야.
블랙홀에서 일그러지는 시공간에 있든
평행우주의 핵전쟁에서 활활 타오르든
먼지는 없어. 없어져.
우리처럼.
예외 없이.
그리워도 소용없어.
사라져.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