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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by 백승권

견디기 어려웠던 하루였어요.

다른 날보다 힘든 건지 다른 날이 더 쉬웠던 건지

몸에 힘이 없어요. 쉬는 시간이 없어서.

몸과 생각이 분리되고 있어요.

감기약 때문인지 종일 몸을 끌고 다니는 느낌이죠.

새로 온 사람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신경을 씁니다.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도 해요.

마음 떠난 곳에서 시도하는 노력들은 조금 더 기계적이죠.

누가 뒤통수로 와서 전원 버튼을 OFF로 바꿔줬으면 좋겠어요.

비상전원 배터리로만 운영되다가 방전과 고장을 반복하고 있어요.

뿌리가 썩은 나무의 줄기와 가지와 잎이 시들어가듯

주변의 표정들도 어둠과 그늘과 한숨 속에서 죽어갑니다.

이미 죽어서 나간 사람들을 추모할 공간이 부족해요.

너무 많이 죽어서. 그래서 너무 많이 나가서.

쓰는 일이 싫은 적은 없는데

싫은 사람들이 생기다 보니 공기까지 의심스러워집니다.

더 이상 창의적인 욕도 생각이 나지 않고

농담을 나누던 테이블엔 아무도 없어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끝나는 건 아무것도 없죠.

악과 독만 살아남아 시체에게 걸음마를 시킵니다.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게 되고 죽은 척하고 싶지만

메일은 쌓여가고 싸우는 소리가 고막을 때리고

우리는 집에 가고 싶고 누구는 먼저 집에 가고

모두가 불쌍하거나 너희만 빼고.

밀린 영화를 보고 싶어요.

책을 읽고 싶어요.

농담, 농담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숨이 막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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