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대하여
기다리거나 기다리지 않는다. 틀렸다. 기다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실패했다. 기다리는 게 아니라고 자기 최면을 건다. 기다리고 있는 대상에 대해 재해석 재구성한다. 나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형성한 기대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기다리고 있는 대상과의 거리에 대해 생각한다. 멀어진 걸까. 원래 멀었던 걸까. 가까운 적이 있었을까. 기다리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결국 자기중심적인 행복을 원하는 건가. (사실 이건 모든 행위의 근원인데)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걸 여기서 찾는 게 맞나. 기다리고 있는 게 대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누군가 그랬다. 해당 상황이나 감정 등을 해석하여 정의하는 그 과정은 복잡한 것을 단순화시키기 위함인데 너무나 역설적이게도 그 과정을 정의하고 정리하려 하면 그 자체에 얽혀 있는 배경, 상황, 해석 등이 너무나 복잡해서 결론을 얻기 쉽지 않다고. 모든 문장에는 일정한 결론이 전제되어 있다. 하나의 문장이 일정한 끝을 맺어야 다음 문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지만 저 말처럼 기다림의 결론을 내기 쉽지 않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그저 기다린다. 생각이나 감정보다 결국 실행. 순진하게 기다린다. 기다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오래 걸리는 일처럼 기다린다. 바람에 눕는 풀처럼 기다린다. 현자의 경고를 어기고 뒤를 돌아보았다가 소금조각상이 된 어느 여성의 이야기처럼 기다린다. 하품하는 고양이처럼 기다린다. 풀 먹는 카피바라처럼 기다린다. 첫 앨범 녹음을 앞둔 신인 뮤지션처럼 기다린다. 얌전히 기다린다. 숨을 고르며 기다린다.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듯 기다린다. 어떤 자세로 기다리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기다리며 이런 생각은 들 수 있다. 어떤 영화는 예고편과 너무 다를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