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화염 속에서

by 백승권

"엄마가 발견하고 다 태웠어"


수신자 첫사랑이던

이 백여 통 편지는

권력의 화염 속에서 사라지고


편지를 쓰고 싶어

사랑을 시작했나 싶을 정도로

집착의 잉크는 마르지 않고


(전서 비둘기를 길들여야 했었나)


편지지를 사고

펜을 고르고

쓰고

접고

담고

닫고

주고

받고


두 장 어느 날은

열 장


한 여름에도

에어컨 없던 방에 앉아

꾹꾹 눌러썼어


고요한 도서관 저녁

사각사각 소리 내며

커다란 종이에 주술을 옮겨 쓰듯


뭘 그렇게

길고 복잡한 조각조각으로

기다림과 침묵을 깨뜨려


문장과 마침표로 엉성히 꿰어

반짝이는 눈에 넣어주려 했을까


유치했겠지

우리만 그걸 몰라

눈과 눈꺼풀처럼

붙여 다녔고


원본은 재가 되어

확인할 길 없지만


지금도 쓰고 있어

체온과 음성을 섞어


타거나 썩지 않도록

망각으로 봉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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