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어 지금도 그래
이 말을 꺼내면 파장이 생겨
가만히 들어 올리면 전부 밝아져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와 물질이 달라지고
정신의 세계라는 게 있다면 그
세계의 벽지와 창문이 교체되어
오래전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 그렇게라도
알아줬으면 해서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일어날 수 없어서 나는 이제 시간을 아끼는 법을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이제야 체화했고
남은 삶이 있다면 그렇게 지내기로 했어
더 이상 긴 침묵을 미덕이라 여기지 말고
닳아 없어지지 않을 마음을 꺼내어
나를 밝히겠다고 자욱한 어둠을 밀어내고
스스로 에너지가 되어 미련한 오해와
가시덤불 같은 증오와 높은 돌담 같은 자책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겠다고 한때는 나를 보호하는 걸
이기적이라고 배우며 나와 우리를 감싸 안으려
팔을 길게 늘이려고 한 적도 있었지.
지금은 내 팔이 그리 길지 않고
내 품은 그리 깊지 않으며 모두 언젠가 죽고 결국
나와 우리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할 거라는
확신의 중간결론에 이르게 되었어.
그래서 나는 나와 우리의 교집합을 더 크게 인식하며
일식과 월식처럼 여기며 서로를 잠시 가리더라도
한쪽을 제대로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여기기로 했어.
다른 궤도를 돌다 보면 우린 서로를 가리기도 하고
거대한 빛을 반사시켜 비춰주기도 하니까
그저 우주 끝에서 내려올지 모를 빛만 기다리는
광신도가 아닌 작더라도 빛 자체가 되어
스스로 밝아지고 주변도 같이 밝히며
길고 좁은 길을 그렇게 나아가기로 했어.
같이 가자고 하지 않을 거야. 이미 같이라서.
구체적으로 뭔가를 약속하기보다
그게 깨질까 불안해하기보다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위한
자욱한 고민을 걷어낼게.
길게 적었지만 분명하지 않고
지금 확신한들 바뀌면 소용없지
여전히 흔들릴 테고 그래도
사랑해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