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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실 탈출법. 더 베어 시즌4

크리스토퍼 스토럴 각본&연출. 더 베어 시즌4

by 백승권

우리의 좋은 추억은

전부 식당에서 일어났잖아


힘들고 끔찍하고 가혹하고 복잡하지

아무나 못 해낸다고

난 할 수 있어, 형


마음의 안정과 맛있는 음식을 주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거야


만약 여러분이 한 곳에 갇혀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매일 한다면 어떻겠어요?


닥치고 해내는 게

내 시스템이야


모두 수고했어요

1초가 아깝습니다, 페이스 좋아요


그래도 착하고 순수하고

재미있고 유능한 사람들이야


작게 생각하되

큰돈을 노려라


피할 수 있다고

무조건 피하지 좀 마


내 인생은 항상 엉망이고

아빠는 항상 걱정만 하죠 그게 싫어요


서로를 걱정하는 사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다는 거예요


나도 힘들지

그냥 더 잘 숨길뿐이야


이 거지 같은 세상에

안 그래도 걱정거리가 넘치는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실력을 발휘하려면

압박감이 필요하니까요


모르겠어요

묘하게 행복하네요


우리 음식이 맛있는 건

그런 시련이 바탕이 된 거라고요


맛있어요, 셰프

불쌍한 내 인생


하지만 질문이 틀렸어

왜 계속하려고 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업들은 말이야

재수 없게도 모두 거지 같은 사업들이지


난 나 자신보다 당신을 더 믿어요




모두가 각자 만의 냉장실이 있다


맛있는 요리를 위해

재료를 신선하게 저장하는 목적의 그곳에서

카르멘은 스스로의 몸을 얼리며

행복해지고 있는 자신의 인생을 저주했다


행복을 견딜 수 없어서

불행에 절여져 있었더니

행복이 불편하고 어색하고

어서 추락해야만 정상인 것 같았다


자유의 몸이 된 이후에도

감긴 목줄의 길이에 길들여져

딱 그만큼의 영역만 서성거릴 수 있다는

어느 개에 대한 이야기가 겹쳤다


냉장실에 갇힌 건

카르멘뿐이 아니었다


리치는 이혼 후 딸아이의 근사한

새아빠와 마주하며 절망했고

시드니는 아빠의 응급상황으로

거대한 상실감에 직면했으며

티나는 파스타 조리 속도를

단축하기 위해 압박감에 짓눌렸으며

클레어는 자기 존재가 연인 카르멘에게

거대한 짐이라는 고백에 크게 충격받는다.


이 모두가 레스토랑 더 베어와

한배를 타고 있었고

더 베어가 침몰할까 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

치열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음에도

매출 안정화는 요원했고

시간은 거침없이 사라졌으며

월급 지급조차 위태로웠다


균형은 없었다

한쪽 균형을 잡으면

다른 균형이 무너졌다


시한부 삶을 걱정하는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줬고

그 순간 모두 눈물겹고 자신의 일과 삶의

이유와 가치를 깊고 아름답게 되새겼지만


그게 전부일 수 있고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온 걸 수도 있지만


한순간의 감동이

모두의 생계를 책임져주진 않았다


한 여름의 더 베어는

차갑게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카르멘이 스스로를 가뒀던

그날의 냉장실처럼


밝고 좋은 말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얽힌 현실 속에서 나오기엔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희망은 겁이 많았다

보이지 않았고

소심했으며

조용하고

늘 망설였다


극적인 변화는 수순이었다


냉장실 문을 어떻게 부술 것인가

질문을 바꿔야 했다

왜 냉장실 문을 부수려 하는가

왜 냉장실 밖으로 나오려 하는가

나와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계산에 약한 알코올 중독자,

우울증 환자, 지독한 흡연가 카르멘은

다 적지 못한 답안지라도 제출해야 했다


웅크려 있다

얼어 죽을 순 없었다


먼저 죽은

삶의 롤모델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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