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없어요 지금 세계
어느 하나 집중의 영역으로 당기지 않아요
직접 시도하는 행위만이
가장 자극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그중 하나가 지금 쓰는 글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영역에 대한
두려움과 흥미가 공존하기 마련인데
글, 기록은 후자에 더 가까워요
두려움은 옅어졌고
평가에 대한 조바심이 얕고
돈으로 거래하지 않는 텍스트라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설득과 마케팅을 강론하는
수많은 서적들이 일기는 혼자 보는 곳에나
쓰라고 하지. 그래, 이게 그거다
그리고 어떤 개인적 기록의 최상위 아웃풋은 영화
어떤 영화는 텍스트를 통한 기록보다
더 텍스트적이고 기록의 형태를 띄어요
물론 대사 연기 풍경 무드 음악 컬러 조형미
레이아웃 구도 시간 관점 각도 멈춤과 움직임 등
영화의 모든 요소가 거대한 세계관과 스케일을
이루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개인에게
과거의 피부를 벗겨내고 들어와
어둠을 관통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내가 몰랐던 내가
내가 궁금했던 내가
내가 말하고 표현하고 싶었던 내가
저런 거였구나. 어떤 영화는 그 지점에 도달하고
내 생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남은 생애 내내 영향을
주며 수많은 기록과 느낌의 원본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글은 이런 영화의 가장 작고 소박하며 핵심적인 압축 버전
모든 감정과 경험과 생각의 영화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글로만 번역되어 기록되어도 충분해요
일상에서 이보다 자극적인 일탈은 드물어요
비견될 만한 행위가 떠오르지 않아요
글은 늘 새롭고 순간적이며 도발적이고
배반적이기도 하고 노동이 가미되기도 해요
한번 첫 문장을 적어낸 이상
마지막 문장까지 고이 담아 감싸야하니까
수많은 미완의 버전들이 나뒹굴지만
그것들은 그저 둔다고 알아서 숙성되지 않아요
씨앗에 공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불을 붙이지 않으면 날아갈 낙엽 정도일 뿐
숲을 태우기 위해서는 붙잡아 불을 붙이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두고 불길이 커질 때까지
키워야 한다. 내면의 숲을 태우는 불꽃놀이
아무도 그 발화점을 알 수 없어요
오직 내가 불을 붙이는 자이며
불타는 숲의 광경을 지켜보는 자이고
조용히 돌아서는 자
불에 탄 흔적을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하여도
아무도 알 수 없지. 안다고 말해도 진실이 아니다
진실은 지나갔고 불을 붙인 자의 기억에도 없어요
불을 붙이듯 글을 쓰고 있고
하늘과 바다에 불이 붙는
활활 뜨거운 망상 속에서
뛰어다니는 네 발의 어둠과
몸부림치는 검은 흔적이
날카로운 환청과 함께 뒤섞여요
괜찮아요
누구도 아무것도
실제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아마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자극을 쉽게 떼어놓지 못할 것입니다
지인들이 그랬어요
어두운 영화 좀 그만 보라고
내겐 밝은 영화가 더 잔인해요
조용한 현실의 대낮처럼
닫힌 문 방 안 감은 눈처럼
불길이 거세어도 함께
타 죽진 않을 것입니다
글은 그 정도로 강하지 않으니까
관심 없어요 지금 세계
마른 종이에 불을 붙이며
https://x.com/ThomBrowne/status/1915069419794952256/phot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