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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의 회전목마

by 백승권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

공기 무게에 질식할 것 같아

목소리가 들려. 환상

알지만 깨고 싶지 않아

현실을 잠시 잊어

지금 어디냐고 묻고 싶어

침묵이 내 목소리를 삼켜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어

악몽. 과거의 따스함이

현재의 불안과 뒤엉켜 더욱 선명해

다시 돌아갈 수 없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향을 더듬어

아무도 없는 모든 벽 사이에서

공허 속에서 먼 울림에 귀기울여

나를 나를 계속 속이고 있었어

점점 날카로워지고 그림자는 깊어졌어.

그림자가 날 삼키고 나는 그림자가 되었어

또 다른 나인가 아니 더 이상 오지 않는 너인가

혼란과 체념이 뒤엉키고

다시 살아도 다시 죽는 억겁의 소용돌이

갈기갈기 찢기고 있어

찢어진 채 찢어진 채 찢어진 채

죽은 자 죽은 자 죽은 자가 되어

잡을 수 잡을 수 잡을 수 없어

세상 천지가 정신병동이었어

불안은 끝나지 않아 끝이 불안이니까

아무리 돌아도 돌아도 돌아도 벽에

부딪혀 부딪혀 부딪혀 그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빛이 없는 곳에서 하나가 되어

어둠과 불안의 놀이공원에서

마음껏 공허를 즐겨

회전하는 놀이기구에 올라

내릴 수 없어. 끝없는 회전 속에서

멈추지 않아. 기다리고 있어

속도가 빨라서 눈물이 빨리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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