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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는 울지 않는다

파베우 파블로프스키 감독. 이다

by 백승권


이다는 갓난아기 때 버려졌다

부모는 아는 자들에게 죽었다

죽인 자들은 이다를 버리고

이다 가족의 집을 훔쳤다


전쟁이 인간을 악마로 만들고

원래 악마를 전쟁이 깨우며

폴란드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은

그렇게 깊이 묻혀 검은 뼈가 되었다


이다의 이모의 자식도 그렇게 죽었다

이모는 이다와 뼈를 찾으러 간다

자식의 뼈를 다시 묻어주고

이모는 자식이 있을 것 같은 곳으로 간다


이다가 처음 만난 이모는

그렇게 다시 만날 수 없는 가족이 된다

자신을 인지했을 때부터 부모가 없던 이다는

유일한 가족을 알게 되자마자 다시 잃는다


이다에게 신은 뭐 하는 존재인가

이다가 신을 찾아온 게 아니라

이다의 가족을 모두 죽인 자들이

이다만 신을 따르는 자들에게 버린 것이었다


이다는 이모의 집을 치우며

이모가 건넸던 옷을 걸치고

이모가 마시던 술을 마시고

이모가 피우던 담배를 피우고

이모처럼 남자와 밤을 보낸다


다시 수녀복을 입는다


이다는 신을 모른다

신이 이다의 삶에 관심 없듯이


이다에겐 상관없는 일일 것이다

이다는 받은 적이 없어서 원할 줄 모른 채

세상이 알려주지 않은 것들을 굳이

궁금해하지 않으며

수녀로 생을 마칠 것이다


전쟁은 이다의 삶을 훼손했지만

이다는 피해자로 살지 않을 것이다


수녀원은 이다가 버려진 곳에서

이다가 다시 선택한 곳이 되었고

이다는 자신이 선택한 삶 속에서

고요히 담대하게 나아갈 것이다


크게 울지 않고

많이 떨지 않으며


(베일에 가려져 이모가 아까워 했던)


고운 머릿결을 푼 자신을

매일 거울로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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