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인 자는 죽은 자의 눈으로 본다
오래전 메모의 다음 줄을 잊은 채
죽었다고 생각해
이제야 적어
다시 만날 때
무덤을 파헤치고 나온 자처럼 다가올 건가요
하늘에서 흩날리는 날개처럼 감싸줄 건가요
이미 죽었으니 더 이상 죽지 않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않을 자를 기다릴 수 있어
기다린다는 건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말인데
그건 그거대로 참혹하네요
돌아오지 않는 말들은 무엇이 되었을까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과녁들이 사라질까
어떻게 우는지도 잊은 것 같다
운다고 어떻게 될 일도 아니고
특정 시간마다 눈이 뜨거워져
과거에서 날아온 감정에게
보호받는 기분이 들어서
이렇게 살거나 죽어 있어도 되는 걸까
아무도 만지지 않는 컵받침이 된 것 같아
동그란 그림자로 척척하게 짓누르던
말라버린 물기를 묻히고 덩그러니 납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