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해치지 않으며
아무도 의미를 모르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그런 일에 혼자 골몰하며
시간과 집중을 쏟는 이에게도
견디기 힘든 중압감과 허무
자조와 서글픈 한숨으로 인해
한낮의 피로에 자욱이 휩싸이고
한밤의 불안에 내내 괴로워하다
이대로 끝나더라도
정녕 괜찮은가 싶은
숨을 쉬지 않는 의욕과
감지되지 않는 동력으로
한없는 허언 속에서
미래를 불신하며
과거를 부정하며
현재를 폐기하며
손을 모래삽처럼 만들어
여기 흙을 퍼서 저기로 옮기며
무엇의 무덤을 짓고 있다
발표하지 않은 원고를 고이 안고
얕은 깊이에 가만히 누워
그래도 쓰는 동안은 뭔가 기대하고 있었다고
식어가는 등과 새벽 기운 서린 목덜미를 떨며
흥 조금 내뱉고 입가 실룩거리다가
눈꺼풀을 덮고 잠들 것이다
어떤 알람도 깨울 수 없는 곳으로
깊이 더 깊이 느리게 이미 늦었지만
머쓱하게 나아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