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반복되는 가벼운 대화

by 백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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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대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걸로만 채워지면 공허하다. 밀도가 높은 대화를 이끌면 좋겠지만, 그런 타인과 마주 앉기는 쉽지 않다. 모두가 알고 있는 주제란 대부분 쉽게 휘발되는 성격이기 마련이고 모인 다수가 공분하는 주제란 특정 인물에 대한 네거티브다.

대화에서 손익분기점을 찾는 건 무의미한 시도일 수 있다. 차라리 침묵의 견지가 여러모로 나을 때가 많다. 하지만 가벼움과 침묵으로 모든 관계와 하루의 공간을 채울 수는 없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결국 지금을 만들었을 거라는 계산을 한다면 더더욱. 어떤 시즌은 나를 자주 되돌아본다.

지금 내가 애초 내가 그리던 나였나. 예민함과 방어적 태도만으로 너무 협소하게만 지내며 수많은 가능성의 접근을 차단하진 않았나. 그래도 득 보다 실이 적었다며 위안 삼지 않았나. 현재 느끼는 허기의 정체를 파악해본다. 가족과 다른 타인과 타인 사이에서 뭔가 기대했나.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은?

같은 일로 돈을 버는 열세 번 째 겨울, 고민의 시간과 깊이는 어떤 결과도 보장하지 못했다. 늘 비슷했고 늘 매듭짓지 못했다. 일. 달. 해. 시간을 분절하는 단위에도 무감각하다. 곁의 아이가 유일하게 긍정하는 기준일뿐. 이따금 생각의 부유물들을 흩뜨려 본다.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들은 없었는지.

어쩌면 놓쳐야 했었는지. 다시 채워야 하는 것들, 다시 나아가기 위한 동력, 방향, 현재의 지점, 비전, 개인과 우리, 더 긴 시간, 틈과 틈 속에 어떤 요소가 없어서 잠시 멈춘다. 결여를 체크한다. 무력함을 인정하는 건 별로지만, 생각보다 더 많이 나의 동선은 타인들이 결정한다.

그렇게 결정된 동선들이 세계관을 바꾼다. 관계의 지형도, 생각의 흐름, 변수와 사건들, 대화, 어떤 건조한 목적의식까지 영향을 미친다. 한 곳에서 보는 풍경이란 틀 안에서 색만 바뀐다. 서 있는 곳이 바뀌면 나만 바뀌지 않는다. 그저 반복되는 가벼운 대화가 지겨운 게 아니었다.

결국 이 모든 현재에 은밀하고도 결정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이 지겨웠던 거지. 그 뻔하고 나약한 실체가. 어떤 자학은 처음 보는 변화구처럼 찾아온다.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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