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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쥰 Oct 16. 2024

39. 재석이 자신의 사진을 보내오다


재석에게 조금 일찍 만나도 될 것 같다고 문자로 전했다. 재석은 2주 후에 만나자고 했고, 나는 그에게 내가 일하는 카페로 오라며 약도를 보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사진을 보내왔다. 등산복을 입고 산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누군가 찍어준 모양이었다. 그의 사진을 보고 나는 약간 충격받았다. 이십 대의 재석이 제일 혐오하던 옷이 바로 등산복이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왜 사진을 보내느냐고 물으니 너무 오랜만이라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을까 봐 사진을 먼저 보냈다고 대답했다.


사진을 확대해서 자세히 보니 재석의 얼굴은 확실히 예전 같지 않았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신기할 정도로 나이 들어 보였다. 겨우 십몇 년이 지났을 뿐인데,라고 생각했지만, 짧은 시간이 아니다. 재석이 내게도 사진이 있으면 보내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보내줄 사진 같은 것은 없으니 얼마나 늙었는지 직접 와서 보라고 했다. 그제야 재석은 충동적으로 사진을 보낸 것을 자못 후회하는 모양새였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 많이 늙었지?’

‘아니, 뭐 괜찮은데. 그날 보자.’ 만나는 그날까지 녀석이 얼마나 후회하고 괴로워할지 생각하니 안쓰러울 정도였지만 어쩌겠는가.


“2주 후에 보기로 했어요.” 나는 착한 학생처럼 사장에게 스케줄을 보고했다.

“잘 됐네요.” 사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날 이후로 사장은 다시금 늘 그래왔듯이 ‘안전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지내고 있다. 질문은 상세하게 하되 대답은 간결하게, 토를 달더라도 자신의 주관이 최소한으로만 개입되게. 나 또한 그의 그런 태도에 최대한 맞추고 있다. 아니, 나는 늘 그렇듯 그냥 편하게, 그가 이끄는 대로 행동하고 있다. 그의 친절함과 배려에 늘 감사하며, 또한 이곳에서의 내 삶이 최대한 유지되기를 바라면서.

 

“이것 보세요. 녀석이 이런 걸 보내왔지 뭐예요?” 나는 사장에게 녀석이 보내준 사진을 보여줬다. 재석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만나면 사장도 보게 될 얼굴이다.

“음.” 사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흐음.” “어.. 흫… “ 등 연신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어때 보여요?”

“음. 아저씨.”

“그쵸?”

“네. 착해 보이네요.”

맙소사, 나는 크게 웃었다. 재석이 이 평가를 들으면 오열을 할지도 모른다. 녀석이 제일 두려워했던 외모 평가가 ‘착해 보인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장이 그 얘기를 듣자 몹시 당황해했지만 ‘착해 보인다’는 평을 취소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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