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의 푸념 ‘나 좀 건들지 마.’

by 즐란




5년째 벚나무 밑에서

나는 살고 있다

음습하고 축축한 곳이라

지렁이도 많고 벌레도 많아서

내 먹잇감으론 충분하다


며칠 전부터 여자사람이 계속

내 집을 훔쳐본다

여기도 들추고 저기도 들추고

한참을 노려보다가 간다

이건 필시 며칠 전

내 존재를 남자 사람에게

들켰기 때문이리라

하! 조심했어야 했는데


잠깐 파리 쫓느라 정신없다가

여자 사람에게 들켰다

죽은 척해야지

뭔가 찰칵찰칵 한다

슬슬 내 쪽으로 가까이 오길래

냉큼 나무 밑으로 뛰었다

아! 몸이 너무 무겁다

임신 중인데 저놈의 여자사람이

끝까지 쫓아온다

제발 좀 가라고!


이번엔 여자 사람 둘이다

"어디 있어 엄마"

"나도 몰라 보호색이 있어서

잘 안 보이더라

저기 목련 나무 밑에도

두꺼비가 살고 있던데

고놈은 대담하게 도망도 안 가"

"그래?

그럼 그쪽으로 가보자"

여자 사람 둘이 냉큼 사라진다



아들아 너는 어쩌자고 그리 용감하니

제발 잘 숨어라...







집마당에는 두꺼비가 같이 살고 있다.

큰 두꺼비는 등이 울퉁불퉁하고 배불뚝이라

잘 뛰지를 못한다.

작은 두꺼비는 사진을 찍고 있는데 대담하게

도망도 안 가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월세도 안 받을 테니 이곳에서 새끼 낳고

자손 대대로 잘 살아보자.

복덩이 이름답게 복 좀 나눠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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